[사건의 재구성] 부러지고 멍들고...학대에 쓰러진 '16개월 정인이'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9: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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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기관 세차례 아동학대 신고에도 '혐의없음' 결론
정인이 장례에 쓴 비용은 고작 액자구입비 3000원이 전부
2020년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 도착한 16개월 여아의 상태는 처참했다. 소장과 대장에는 피부가 찢겨져나간 장간막 열창이 발생했고, 췌장은 끊어져 있었다. 훼손된 장기에서 흘러나온 피들이 배안에 가득 차 있었다. 머리뼈 골절, 쇄골 골절, 후늑골 골절, 오른쪽과 왼쪽 팔꿈치 골절, 빗장뼈 골절, 오른쪽 허벅지 골절, 갈비뼈 수차례 골절 등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뼈만 부러진 것이 아니라 타박상으로 인한 멍자국이 몸 곳곳에 가득했다.

도저히 여리디 여린 16개월 아기 몸에 이런 상처가 있을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기 몸의 상태를 확인한 담당의사도 아연실색했다. 아이의 상태를 본 의사는 "교통사고 정도의 강한 외력으로나 발생할 수 있는 중상"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도대체 부모가 어떻게 했길래 아이의 모습이 이토록 처참하게 짓밟혔을까.

양부모의 방임과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이야기다. 2020년 2월 3일 양부모의 품에 안겨 입양됐을 때만 해도 정인이는 몰랐을 것이다. 그날의 손길이 고작 16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해맑게 웃던 정인이의 모습도 어쩌면 그날이 마지막이지 않았을까. 태어난지 8개월만에 입양된 정인이는 입양된지 고작 8개월만에 싸늘한 주검이 됐다.



◇ 때리고 굶기고···254일간 계속된 '끔찍한 학대'

정인이에게 양부모와 함께한 254일은 끔찍했다. 자신의 친딸이 외롭지 말라고 입양한 8개월된 아기를 수시로 학대했던 것이다. 입양 직후 3월부터 등원한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 선생님들이 정인이 몸에서 사나흘 간격으로 멍이 발견되는 것을 수상하게 여겼다. 이를 사진으로 남겨두었고, 계속해서 멍이 발견되자 선생님들은 5월 25일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 하지만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은 6월초 정인이가 양부모를 거부하는 모습이 없고 잘 안겨있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1차 신고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된지 한달도 안된 6월 29일 2차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 양모가 아이를 여러 차례 차에 혼자 두는 모습을 본 지인이 신고한 것이다. 2차 신고에서도 해당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자동차 카시트나 다른 장소에 아이를 혼자 둔 적이 없다"는 부부의 거짓 진술만 믿고 또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한달 간격으로 두번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했지만 관할기관에서는 이를 무시한 것이다. 양부모 역시 두번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지만 정인이에 대한 몹쓸짓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잔인하게 굴었다. 정인이를 혼자 둔 채 친딸만 데리고 외출하거나 정인이만 차에 방치한 채 세 가족만 식사하러 간 것은 약과였다.

서 있는 정인이의 다리를 벌려놓거나 다리를 걸어 일부러 넘어뜨린 뒤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동영상을 촬영했다. 정인이 목덜리를 마치 가방을 들듯 잡은 채 들고 가는가 하면 엘리베이터 손잡이 위에 아이를 세워두고 태연하게 거울을 보기도 했다. 심지어 대변냄새와 뒤처리를 하기 싫다는 이유로 이미 돌이 지난 정인이에게 이유식과 분유만 먹였다. 이마저도 전자레인지에 데운 인스턴트였다. 어린이집에는 제공되는 음식을 먹이지 말고 직접 챙겨 보낸 이유식을 먹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어린이집에서 정인이에게 음식을 먹였다. 그러자 정인이가 평소와 다른 대변을 보자 밥을 왜 먹였냐며 어린이집에 항의하기도 했다. 아이가 배고파하면 고추장과 초고추장을 먹이기도 했다.


양부모의 엽기적인 학대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인이가 울면 타고 있던 유모차를 엎어버리거나 유모차를 세게 밀어 벽에 부딪히게 했다. 그해 6월 어린이집 생일파티 날 찍힌 사진에서 정인이가 그동안 얼마나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았는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온몸에 멍이 들고 어깨에 팔자 붕대가 감겨있었다. 이렇게 온몸에 멍이 든 정인이의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양모는 둘째의 피부색이 시커멓다는 글을 남겼다.

오후 7시만 되면 어두운 방에서 혼자 울다 잠들어야 했던 정인이. 그 모진 세월은 9월까지 이어졌다. 거의 두달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한 정인이를 본 선생님은 아이의 상태에 충격을 받았다. 정인이는 기아 상태에 있는 아이처럼 바싹 말라있었고, 다리에 힘이 없어 부들부들 떨다 주저앉았다. 선생님이 바로 데려간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아이의 상태를 보고 아동학대 신고를 하게 된다. 이날이 9월23일 세번째 신고였다. 6월 9.4kg였던 아이는 9월 23일 생후 5개월 수준인 8.5kg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기관은 양부모의 거짓진술만 믿고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혐의없다고 결론지었다. 아이의 입안이 긴 꼬챙이같은 것으로 판 것처럼 상처가 나 있는데도 양부모는 "아이가 입병이 나서 먹지 못한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믿었던 것이다.


◇ 끝내 보호받지 못한 정인이···16개월 짧은 생 마감

3번의 신고에도 보호받지 못한 정인이는 끔찍한 방임과 무자비한 학대 속에 결국 10월 13일 16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정인이 집에서는 여러 차례 쿵쿵 소리가 났다. 그로부터 7분 후 정인이 양모는 어린이집에 전화해 정인이가 병원에 가야 한다며 결원을 통보한뒤 남편에게 "병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양모는 오전 10시 19분 이미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정인이를 홀로 두고 친딸을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집에 돌아온 양모는 쓰러진 정인이를 데리고 119가 아닌 택시를 이용해 병원으로 갔다. 그러나 정인이의 심장은 이미 멎어 있었다. 그때가 오전 11시 6분이었다. 이 부부가 정인이 장례에 쓴 비용은 고작 다이소 액자 구매에 쓴 3000원이 전부였다.

▲ "정인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정인이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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