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티스트 등 공연계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닥뜨리면서 '기술'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집합금지를 명하면서 공연계는 그야말로 초토화됐고, 아티스트들은 실의에 빠졌다. 공연을 할 수도 없고, 표를 팔 수도 없는 시련의 시절을 그들은 '기술'을 통해 극복했다. 예술과 기술의 접목은 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고, 그 사례들이 'CES 2021'을 통해 공유됐다.
13일 미국 최대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는 온라인으로 개최되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21'로 무대를 옮겨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어떤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진행은 '아메리칸 아이돌'을 진행했던 라이언 시크레스트가 맡았고, 영국에서 2집 앨범 'Future Nostalgia'로 1위를 달리는 두아 리파가 출연했다.
이날 출연한 두아 리파는 "코로나로 투어가 연기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술 덕에 새 싱글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음반을 제작하면서 "이 시국에 어떻게 신나는 음악을 틀 수 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이에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신나는 감정과 에너지"라고 맞받아치며, 기술과 예술이 접목돼 코로나를 극복을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방향과 순기능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 CES 기조연설은 대부분 향후 기술이 가져야 할 '책임' 그리고 혁신을 주도할 '포용'과 '다양성'을 강조했다. 이번 라디오 이벤트 취지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어떤 혁신이 일어나는지, 공동체가 함께 다양성과 포용을 추구할 때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조명했다.
두아 리파 전에 출연한 아이하트미디어 임원 톰 폴만과 존 사익스의 발언도 눈길을 끈다. 그들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팬과 아티스트들을 이어줄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했다.
음악계에서 가장 반향을 일으킨 것은 콜드 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인스타그램으로 진행한 자택 콘서트였다. 이 콘서트는 코로나로 위축된 음악인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됐고, 기술과 음악의 접목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엘튼 존이 진행을 맡은 '아이하트 거실 콘서트'는 폭스 채널에 방영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화상으로 참여한 안지 테일러는 "거의 하룻밤 사이에 팬데믹이 아티스트와 팬 사이에 드리운 장벽을 기술이 무너뜨리는 걸 목격했다"면서 "롤링스톤즈가 자기 방에서 연주하는 장면을 봤고, 키스 어번이 집안 스튜디오에서 연주하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자, 코로나로 힘든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생겨났고, 기술을 앞당겨 더 신선한 콘서트가 가능해지면서 팬과 아티스트들이 계속해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긍정적 선순환이 마련됐다.
안지 테일러는 "뉴욕이 완전한 격리된 5월 티나 페이가 로빈후드재단과 함께 도시 빈민을 돕기 위해 첫 가상 자선 텔레톤(장시간에 걸친 TV 방송)을 진행했는데 팜 비치 자택에서 공연한 빌리 조엘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불빛이 음악에 맞춰 깜빡이는 동안에 수십개의 거대한 타임 스퀘어 비디오 광고판에 송출됐다"며 당시 상황을 얘기했다. 이어 "이 행사로 뉴욕 시민들을 위해 1억2500만달러가 모금됐다"면서 "관중없이 AR과 XR기술을 활용한 가상공연은 아티스트와 팬을 엮는 혁신적인 방향"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빌리 아일리시가 2020년 10월 26일 온라인 생중계한 콘서트도 확장현실(XR) 기술이 적용됐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거대한 거미와 기괴한 풍경이 연출돼 실제 콘서트 못지 않은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 XR 콘서트는 코로나 이후 엔터테인먼트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빌리 아일리시는 최연소로 그래미상 4개 주요 부문 - 최우수 신인상,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팝아티스트다.
기술을 활용한 공연계의 변화는 코로나로 악화일로이던 음반시장을 반등시켰다. 2020년 3분기 소니의 음반 수익은 11.2% 올랐고, 2021년 3월에는 14억달러의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재은 기자 j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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