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국토부 전수조사 착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전 해당지역에서 투기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업무에서 즉각 배제됐다. 신규 택지 확보와 보상 업무를 총괄하는 공공기관인 LH의 직원들이 공모해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에 국무총리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즉각 광명 시흥지구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투기 정황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LH직원 10여명이 지난달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된 광명·시흥 신도시 내 토지 2만3000여㎡(약 7000평)를 신도시 지정전에 사들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민변이 제보를 받고 해당지역의 토지대장을 분석한 결과,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모두 10필지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발표 직후 LH는 14명 중 12명은 현직이고, 2명은 전직으로 확인됐다며 12명은 즉각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투기 의혹을 받는 전·현직 직원 대부분은 LH의 서울·경기지역본부 소속으로 이들 중에는 신규 택지 토지보상 업무 담당 부서 소속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한 농지(전답)로,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토지 매입 대금 100억원가량 가운데 약 58억원은 금융기관 대출로 마련한 것으로 추정됐다.
여러 정황을 볼 때 개발 정보와 토지 보상 업무에 밝은 LH 직원들이 금융기관에서 상당액을 대출받아 투기 목적으로 신도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땅을 무더기로 사전 매입한 의혹이 있다는 게 민변 등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민변 관계자는 "LH 내부 보상 규정을 보면 1000㎡를 가진 지분권자는 대토 보상기준에 들어간다. 일부 필지는 사자마자 '쪼개기'를 했는데 (지분권자들이) 1000㎡ 이상씩을 갖게 하는 등 보상 방식을 알고 행동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들인 농지에서는 신도시 지정 직후 대대적인 나무 심기가 벌어진 정황도 포착됐다. 보상액을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행위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참여연대·민변은 이날 제기한 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보를 받아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를 조사해 나온 의혹이 이 정도라면, 더 큰 규모의 투기와 도덕적 해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광명, 시흥만 그러겠냐며 투기 의혹 전수조사 대상을 광명·시흥 신도시에 국한하지 말고 6개 3기 신도시 전체로 넓혀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한 시기(2019년 4월∼2020년 12월)가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들이 토지를 매입한 기간과 상당 부분 겹쳐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전날 변 장관이 국토부 산하 기관장들과 신년회 자리에서 LH 임직원의 사전투기 의혹을 언급하면서 청렴도 제고를 당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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