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일 조사착수...국회도 법개정 채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원과 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 도입 등 임직원들의 땅투기 재발방지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LH 직원들의 잇단 일탈이 속속 드러나면서 여론의 공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4일 LH는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실망을 드려 사죄드린다"면서 "정부와 합동으로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관련 부서 직원 및 가족의 토지거래현황 전수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시는 투기 의혹 등으로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시행하겠다"면서 "전 직원 및 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규사업 추진 시 관련 부서 직원과 가족의 토지 소유 여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다짐했다.
LH의 이같은 대국민 사과문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신도시 관계자 및 가족들의 토지 거래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4일 오후 총리실을 주축으로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정부합동조사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다.
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토지매입은 LH 조직의 기강해이를 넘어,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83만호 주택공급을 골자로 한 정부의 '2·4 부동산 대책'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어서 범정부 차원에서 수습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H 직원들의 일탈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국민의 충격은 더 커지고 있다.
LH의 한 직원은 토지 경매 강의로 영리활동을 벌이다 지난 1월부터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0대의 이 직원은 그동안 부동산 투자에 대해 강의하는 한 유료사이트에서 토지 경·공매를 강의했다. 이 직원은 실제 이름이 아닌 필명을 쓰며 자신을 '대한민국 1위 토지 강사' '토지 경매/경매 1타(매출 1위) 강사'라고 홍보했다. 이 강의의 수강료는 23만원이다.
LH는 사규에 업무 외 다른 영리활동 등의 겸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에 LH는 해당 직원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했고, 현재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LH는 사태 수습을 위해 대책마련까지 내놓는 상황에서 일부 LH 직원들은 익명 기반의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마란(말란) 법 있나요"라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직원은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썼다. 또다른 직원은 "1만명 넘는 LH 직원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이번에 얻어걸렸을 수도 있다"며 "하나 터지면 무조건 내부정보 악용한 것마냥 시끌시끌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막말로 다른 공기업·공무원 등 공직에 종사하는 직원 중 광명쪽 땅 산 사람 한 명 없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런 글에 네티즌들은 분노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내부 정보 이용해서 땅투기 해놓고 이런 말이 나오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다른 네티즌은 "그런 논리라면 금감원 직원과 가족들도 주식거래 금지 풀어줘야지"라며 어이없어 했다.
한편 여야는 LH 직원들의 땅투기 재발방지를 위한 법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현행법은 국토교통부 등 관련기관 종사자가 내부 정보를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데, 이런 처벌 규정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투기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벌금을 금융범죄(이익의 3배∼5배)에 준하도록 상향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또 공공주택지구 지정 시기를 전후해 국토부·LH 등 임직원과 가족의 토지거래를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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