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관은 신사옥 입주 코앞에 두고 이전할판
경기도 남부지역에 위치한 15개 공공기관을 경기북·동부지역 이전하겠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결정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해당기관 직원들과 주민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다, 무기계약직으로 간신히 전환된 공공기관 청소근로자들도 직장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이전대상 기관의 노조는 물론이고 경기도의회 수원지역 도의원과 해당기관 주변의 주민들까지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노동자 가슴에 대못박는 폭력이자 기본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 "권고사직이나 다름없다"
김종우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 의장은 3차 이전 발표에 대해 '노동자 강제이주계획'이라며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재명 지사는 3차 이전 발표 당시 "출퇴근 지원을 하지 않고 이주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상기관 직원들은 속수무책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10일 김종우 의장은 뉴스트리와 전화통화에서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 이전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 재산권을 모두 침해하는 '강제이주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전된 기관을 따라 거주지를 옮기는 기관 직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해 국가와 도 정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청소노동자들은 계약한지 1년만에 권고사직이나 다름없는 통보를 받게 됐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200만원 정도 되는 급여로 갑자기 북부로 이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공기관 이전 추진을 반대하는 청원글도 현재 7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인은 "우리 노동자 중 대부분의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이주를 해야 된다면 그 배우자가 퇴직하거나 이주 대상 노동자가 퇴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서 "이는 우리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권까지도 박탈당하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수원지역 주민 등과 연대해 경기도의 공공기관 이주 계획이 전면 취소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긴 것"
"최종 결정이 되기전까지 도의회 관련 상임위, 이전을 해야 하는 해당기관조차 어떠한 사항도 알지 못했다."
지난 2월 17일 발표된 공공기관 3차 이전계획은 '일방적인 통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이전계획에 포함된 경기신용보증재단의 경우 이전을 하려면 지역 신용보증재단법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 승인을 통해 정관을 변경해야만 한다. 경기신용보증재단 정관에 '본점은 수원시에 둔다'고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이전과 관련된 정관변경 등을 협의하지 않았다. 김종우 의장은 "경기도가 도의회, 각 산하기관은 물론 정부와도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전계획을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과연 도지사가 기관 이전에 대해서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면서 "기관들은 경기도 조직이 아니라 별도의 법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3차 이전계획에 포함돼 있는 경기주택도시공사와 경기신용보증재단은 각각 1635억원, 1800억원을 들여 현재 수원 광교신도시 경기융합타운에 신사옥을 짓고 있는데 이번 발표로 입주가 물거품이 될 판이다. 이 두 기관은 2년전 의회 승인을 거쳐 신사옥 건립을 추진중이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방안이 있기 때문에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경기도가 무슨 임대 사업자냐"라며 "일방적인 행정 정책으로 인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 지사의 이번 발표를 두고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부 분도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데다, '균형발전'을 차기 대선 의제로 삼기 위해 무리하게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분도론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이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갑자기 발표하는 것은 매표행위로밖에 해석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몇십명이 옮겨간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이재명 지사)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표를 더 받겠다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북·동부 접경 지역과 자연보전권역 17개 시·군(고양·남양주·의정부·파주·양주·구리·포천·동두천·가평·연천·김포·이천·양평·여주·광주·안성·용인)을 대상으로 도 산하 공공기관 입주지역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4월 심사를 거쳐 5월쯤 기관별 이전 지역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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