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결혼 건수가 23년만에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결혼은 필수'라는 인식이 점점 약해지는 것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악조건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혼은 소폭 줄었지만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들의 '황혼이혼'은 되레 늘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혼인신고 기준)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2019년보다 10.7%(2만6000건)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래 최소치다. 감소율은 1971년(18.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두자릿수 감소율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10.6%) 이후 23년만이다.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9년째 감소세다. 1996년까지만 해도 43만건에 달했던 혼인 건수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30만건대로 떨어진 뒤 2016년 20만건대까지 추락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줄면서 간신히 20만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인구 1000명 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은 4.2건으로 전년 대비 0.5건 줄면서 역시 사상 최저치다.
통계청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점 줄면서 혼인건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결혼 여건이 악화되면서 큰폭으로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조사 대상의 51.2%에 그쳤다. 이는 2010년(64.7%)과 비교해 13.5%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남성의 경우 30대 초반, 여성은 20대 후반에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령별 혼인율(해당 연령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을 보면 남자는 30대 초반이 47.6건, 여자는 20대 후반이 44.9건으로 가장 높았다.
다만 평균 초혼 연령이 올라가면서 20대 여성의 결혼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해 20대 후반 여성의 결혼 건수는 전년 대비 7000건(9.1%) 감소하면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가 33.2세로 10년 전보다 1.4세 상승했다.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은 30.8세로 10년 전보다 1.9세 늘면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초혼 부부 중에는 남자 연상 부부가 65.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그 외 여자 연상 부부(18.5%), 동갑 부부(16.2%) 순이었다. 남자 연상 부부 비중은 전년보다 1.5%포인트 감소했으나 여자 연상 부부 비중은 0.9%포인트 늘었다. 외국인과의 결혼은 1만5000건으로 전년대비 35.1%(8000건) 줄었다. 전체 결혼 중 외국인과의 결혼 비중은 7.2%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혼은 10만7000건으로 1년 전보다 3.9%(4000건) 감소했다. 연간 이혼 건수가 감소한 것은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인구 1000명 당 이혼 건수를 뜻하는 조이혼율도 2.1건으로 전년보다 0.1건 감소했다.
다만 혼인 지속 기간이 20년 이상 이혼은 1년 전보다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황혼 이혼이 늘어난 것이다. 건수로는 20년 이상 이혼이 3만9700건으로 전체의 37.2%에 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혼인 지속 기간 30년 이상 이혼으로 범위를 좁히면 증가율은 더욱 높아진다. 30년 이상 이혼(1만6600건)은 1년 전보다 10.8% 늘면서 10년 전의 2.2배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이혼 부부의 평균 혼인 지속 기간은 16.7년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3.7년 늘었다.
평균 이혼 연령도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남성의 평균 이혼 연령은 49.4세로 10년 전보다 4.4세 상승했고, 여성 평균 이혼 연령도 46.0세로 10년 전과 비교해 4.9세 올라갔다.
남자의 연령별 이혼율(해당 연령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40대 후반이 8.0건으로 가장 높았다. 여성의 경우 40대 초반이 8.6건으로 가장 높았다. 시도별 조이혼율은 제주(2.6건), 충남·인천(2.4건)이 높고 서울·세종(1.7건), 광주·대구(1.8건) 등이 낮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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