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및 처리·재활용 제도 정비해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친환경' 플라스틱이 사실은 '진짜 친환경'이 아닌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친환경'을 달고 나오는 플라스틱 종류는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크게 3가지가 있다. 명칭만으로는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알기가 힘들다. '바이오' '분해' 등의 단어로 인해 모두 '친환경'인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기서 썩지 않는 석유계 플라스틱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종류에 불과하다. 과연 어느 것일까.
19일 환경부와 전문가 등에 따르면 우선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친환경 플라스틱에서 탈락이다. 썩는 플라스틱을 연구해온 황성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친환경 제품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PP) 같은 석유계 플라스틱에 산화 생분해 촉진제를 섞어 플라스틱을 빛이나 열로 5년 안에 쪼개지는 제품이다. 문제는 진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도 산화생분해성 제품에는 환경 표지인증을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산화생분해성을 판매하는 기업 중 일부는 해외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며 홍보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산화생분해 플라스틱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는 아랍에미리트(UAE)가 관련 기준을 마련하면서부터다. 사막기후 특성상 자연조건으로 생분해가 어려워 빛이나 열로 쪼개지는 산화생분해를 기본으로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이오매스 합성수지는 어떨까. 이에 대해 황 센터장은 "규정상 친환경적인 제품"이라고 답했다. 바이오매스 합성수지는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에 생분해 원료인 바이오매스 함량이 20% 이상이상 섞이기만 하면 정부의 환경표지 인증(EL727)을 받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플라스틱을 적게 썼을 뿐이다. 남은 플라스틱은 결국 썩지 않고 남는다.
황 센터장은 "게다가 소재가 두 개이상 섞여 결국 재활용이 안된다"며 "바이오매스 함량도 각기 달라 차라리 페트(PET) 100%인 것이 재활용하기가 더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친환경 인증 제품의 타이틀을 받으면 더 많이 팔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며 "진짜 친환경 제품을 만들 수 있기 위해서 바이오매스 함량을 100%로 올리는 등 환경 인증 기준 조건을 더욱더 까다롭게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환경부 조사 결과, 지난 2019년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956개 기업 가운데 전체의 89.1%에 해당하는 852개 기업 매출이 평균적으로 2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짜 친환경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움에도 '환경표지 인증'을 받으면 회사의 영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남는다. 황 센터장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현재까지 진짜 친환경 제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58℃에서 6개월 안에 90% 이상 생분해되는 제품으로 환경표지 인증(EL724)을 받는다. 인증마크는 똑같기 때문에 바이오매스 합성수지(EL727)와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생분해 플라스틱도 '친환경'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매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환경부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하고 있다. 재활용과 매립이 핵심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대부분 소각되는 것이다. 물론 소각 시에도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땅에 매립됐을 때 퇴비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소각보다는 매립이 더 친환경적인 것이다.
황 센터장은 "친환경 인증이나 친환경 소재에 대한 제대로 된 처리 및 재활용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