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단체 "58℃는 인증조건일뿐 분해조건 아냐"
썩지않아 골칫덩어리인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체재로 떠오른 '생분해성 플라스틱'(PLA)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조건에서 생분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 수 있다며 플라스틱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자연조건에서도 1년 이내에 분해될 뿐 아니라 소각하더라도 탄소배출이 낮아 대체재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생분해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수수 등의 바이오원료를 100% 사용하기 때문에 땅에 묻으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석유계 플라스틱은 썩는데 500년 이상 걸리지만 생분해 플라스틱은 길게 잡아도 1년 안쪽으로 90% 이상 분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매립 후 퇴비로도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않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온도와 습도가 아주 높을 때만 분해된다"며 "기존 일회용 플라스틱과 다를 것도 없고 나은 점도 없는 셈"이라고 못을 박았다.
실제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기준 온도 58℃에서 180일 이내 90% 이상 생분해가 되어야한다. 이는 환경부 환경표지 인증기준(EL724)에 명시돼있다. 환경단체는 이 58℃라는 조건이 자연상태에서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환경단체와 견해를 달리하는 곳도 있다. 황성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9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58℃는 인증조건이지 분해조건이 아니다"라며 "58℃보다 낮은 온도라 해서 분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황 센터장은 "인증절차 등 현실적인 요건을 고려해 적어도 5개월 안에 생분해가 되도록 하기 위해 58℃라는 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분해되는 상온 조건은 학계에서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황 센터장은 "어떤 효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분해조건이 달라진다"며 "현재 이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고 했다. 정리하면 6개월 이내에 빠른 분해는 어렵더라도 자연조건에서도 생분해 플라스틱은 충분히 분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생분해 플라스틱을 개발에 성공한 남경보 프로팩 대표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지역이나 온도 등을 안따지고 일반 매립상태에서 최대 1년 내에 분해가 가능하다"며 "6개월이나 1년 사이에 거의 80~90% 분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 대표는 "현재 생분해 플라스틱의 진짜 문제는 생분해 플라스틱만의 분리체계가 없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환경부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버리게 되면, 두 플라스틱의 물성이 달라 일반 플라스틱의 재활용률까지 낮추게 되기 때문이다. '매립'을 통해 분해하는 것이 핵심인 생분해 플라스틱을 소각해버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생분해 플라스틱만의 분리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그렇다면 생분해 플라스틱은 소각되면 안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남경보 대표는 "생분해 제품을 소각했을 때 기존 플라스틱을 소각할 때보다 이산화탄소가 70% 이상 저감된다"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다이옥신 등도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석유계 플라스틱보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 모로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설명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매립하더라도 일반 플라스틱보다 빨리 썩기 때문에 쓰레기 매립지 부족문제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남 대표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진다면 생분해 플라스틱은 친환경 소재로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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