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유럽 경윳값이 각각 37%, 32% 오를 동안 우리나라는 8%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8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매주 판매 가격이 발표되는 유럽 20개국의 3월 넷째주 자동차용 경유 평균 가격은 1ℓ당 3538.7원으로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첫째주 유럽 경윳값 2685.99원과 비교하면 1개월동안 31.75% 상승했다. 미국은 평균 1ℓ당 약 2100원으로 가격은 훨씬 저렴하지만, 3월 한달동안 가격 상승률은 37.97%로 유럽보다 더 가파르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평균 경윳값은 1ℓ 당 1680.4원에서 8.05% 상승한 1815.8원에 그쳤다.
국가별로 보면 네덜란드가 1ℓ당 4278.1원으로 가장 높았고, 덴마크 4118.3원, 핀란드 4009.4원 순으로 높았다.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곳은 슬로바키아로 2718.9원, 헝가리 2888.1원으로 이들 국가도 한국보다 1000원가량 비쌌다.
일본의 경우 1ℓ당 1558.7원으로 우리나라보다 저렴하지만, 지난 1개월간 가격 상승량은 16.45%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휘발유도 경유와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3월 넷째 주 유럽 19개국 고급 휘발유 평균 가격은 1ℓ당 3225.67원으로 한국 평균 2112원보다 1.5배 높았다. 유럽의 3월 첫째주 평균 휘발유 가격 2754.81원과 비교하면 17.09% 상승한 셈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상승률은 7.06%에 그쳤다.
한국의 가격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정부가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는 등 고강도 개입에 나서며 가격 상승을 억누른 효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13일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내 석유제품 가격 억제를 위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실제로 제도 시행 1주일 만에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전주 대비 72.3원 낮아지는 등 가격안정 효과가 나타났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늦은 지난달 19일부터 정유사에 휘발유·경유 1ℓ당 30.2엔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가격 억제 정책을 펼쳤다. 이 영향으로 1666.3원이었던 경윳값을 1주일만에 1558.7원으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유럽 국가들도 가격 억제책 도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체코는 오는 8일(현지시간)부터 주유소 마진을 제안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폴란드는 석유류 세율을 낮추는 지원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가격 억제책만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호르무즈 해협이 당장 개통되더라도 해협 관련 운항 정상화까지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은 일시적으로 개방되겠지만, 사태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가격제가 장기화될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고, 시장 물량이 축소되는 등 시장왜곡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석유 최고가격제를 재조정하면 그 영향이 즉각 시장에 반영되며 단번에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산업연구원(KIET)은 보고서를 통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유류세 인하, 취약계층 직접 지원, 유류 도입선 다변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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