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멈춰서는 해류..."1600년만에 가장 느린 유속"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8-06 13:40:17
  • -
  • +
  • 인쇄
유럽·북미엔 강추위와 푹풍
인도·남미·서아프리카 강우주기 교란

지구온난화가 전세계 기후를 조정하는 해류 순환체계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의 니클라스 보어스 박사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주요 해류 순환체계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의 속도가  느려지다 못해 거의 정지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규모 해양순환은 밀도 차이로 발생한다. 북극 주변의 차갑고 염분이 높은 바닷물이 심층수가 돼 남쪽으로 내려보내지면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중위도 열대지방에서 염도가 낮고 따뜻한 바닷물이 표층수가 돼 북쪽으로 향하면서 순환이 반복된다. 이렇게 열을 분산시킴으로써 전세계 기후가 조절되기 때문에 AMOC는 '거대 해양 컨베이어 벨트'로도 불린다.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가 AMOC의 움직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온상승으로 기후가 변하면서 해수의 온도가 들쑥날쑥해졌고, 그 결과 바닷물의 흐름이 안정성을 잃은 탓이다. 또 그린란드 빙상을 비롯해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대규모 담수가 바다로 유입됐다. 결국 묽어진 염분농도는 해수의 밀도에 영향을 줘 불안정성을 더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AMOC의 유속을 1600년만에 가장 느린 속도로 보고 있다. 보어스 박사는 AMOC 전체를 장기적으로 관측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대서양 표층수 온도나 염분 농도 등 소위 AMOC의 '지문'이라고 부를 수 있는 8개의 독립적인 지표에 주목했다. 이들을 분석한 결과 AMOC는 10만년간 빨라지고 느려지기를 반복했지만 최근 기온 상승으로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고, 50년 이내에 순환체계가 붕괴해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AMOC가 붕괴되면 재앙적인 결과를 낳는다. 열이 분산되지 못하면서 극단적인 기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럽 대륙 곳곳에 스며들어 해양성 온대 기후 형성에 일조하던 난류성 표층수가 순환을 멈추면 유럽과 북아메리카는 급격하게 한랭한 기후로 바뀌고 폭풍의 빈도수가 늘어난다. 또 열대지방의 강우주기에 영향을 미쳐 관개시설보다 빗물에 의존해 농사를 짓는 인도, 남아메리카, 서아프리카 등지 식량 수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어스 박사는 AMOC의 현재 상태를 의자에 비유했다. 다리 4개가 전부 바닥에 붙어있는 의자라면 밀어도 안정성에 변화는 없다. 하지만 다리가 들쑥날쑥한 의자는 굳이 밀지 않더라도 극도로 불안정해지는 상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 그는 "관찰한 증거들을 가지고 AMOC가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긴급히 연구모델들을 재정비해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어스 박사의 연구는 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해수부, 2027년까지 '해양보호구역' 2배로 늘린다

해양수산부가 오는 2027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어업 규제를 절반으로 줄인다.13일 해수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해양수산

빙그레, 영업용 냉동 탑차 전기차로 전환한다

빙그레가 친환경 사업장 구축을 위해 영업용 냉동 탑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12일 밝혔다.이번에 전환되는 차량은 빙그레의 영업소에서 빙과 제품

셀트리온, ESG 경영활동 일환으로 야생조류 보호활동 전개

셀트리온은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의 일환으로 지역 시민단체인 인천녹색연합과 공동으로 야생조류 보호 ESG 활동을 전개했다고 11일 밝혔다.이번 행사

[알림] 돌아온 트럼프와 美 에너지정책 전망...25일 'ESG포럼' 개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미국의 에너지 정책기조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세계는 미국의 변화에 영향을 받

울산시, 내년부터 공공 현수막 친환경 소재로 바꾼다

울산시가 2025년 1월부터 시청의 전 부서와 출자·출연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행정용과 행사·축제 홍보용 현수막(현수기)을 친환경 소재로 전환

SK '이사회 2.0' 도입...최태원 "AI시대 기회포착 '운영개선' 필수"

SK그룹이 각 관계사 이사회의 역할을 '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으로 강화하는 '이사회 2.0' 도입을 통해 그룹 거버넌스 체계를 고도화한다.11일 SK

기후/환경

+

[르포] "폭염에 잣 수확량 95% 줄었다"...가평 잣 농가들 '한숨'

경기도 가평군 축령로에 있는 한 잣 공장. 수확철 막바지여서 잣 탈각기는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탈각기를 바라보는 농부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COP] "기후재원 연간 1조달러 필요"...선진국 서로 눈치만

기후위기로 피해를 입고 있는 빈곤국들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기후재원이 2030년까지 매년 1조달러(약 1402조8000억원)라는 진단이 나왔다.아제르바이잔

임차인도 영농형 태양광 사업 가능...'농지법' 개정안 발의

농작물을 경작하면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확대를 지원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개정안은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에 태양

스페인 하늘에 '구멍'...역대급 폭우 2주만에 또 폭우

넉달치 비가 하루에 내리면서 역대급 피해를 입었던 스페인에서 또다시 폭우가 내려 동부와 남부 학교가 폐쇄되고 주민들이 대피했다.13일(현지시간)

[COP] 프랑스까지 불참...기후위기 공동대응 균열?

프랑스가 아제르바이잔과의 갈등으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기후위기 공동대응이라는 국제적 공감대가 무

기후·분쟁 취약국 70%가 아프리카...온실가스 배출량은 3.5%

기후위기와 분쟁에 취약한 국가로 꼽은 17개국 중 70% 이상(12개국)이 아프리카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13일 국제 인도주의 구호단체 국제구조위원회(IRC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