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궤도 오르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 3배 증가
지난해 항공승객수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이동제한으로 대폭 줄었지만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고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면 항공승객수는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항공업계의 탄소중립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항공산업은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5%가 항공기 운항에서 발생하고 있고, 비행기 제작과 공항 운영 등 전후방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까지 합치면 항공업종이 차지하는 탄소 배출량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측된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전년대비 75% 감소했던 항공승객수는 2023년에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항공승객 증가율이 매년 약 5%에 달했다. 항공 이용객이 예년수준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항공산업이 20년 이내에 정상궤도에 오를 정도로 성장하면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 수준보다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지구온도가 1.5°C 상승하는데 남은 시간이 고작 20년 정도라는 사실이다. 항공업계는 이 시간 내에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항공의 '탈탄소화'는 쉽지 않은 문제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고, 개인의 자유와 연관된 문제도 있다. 항공업계가 앞으로 어떤 문제를 극복해야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지 5가지로 정리했다.
◇ 1. 연료 문제
항공기는 연료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항공기는 오랫동안 제트 등유를 연료로 사용했다. 그러나 제트 등유는 화석연료에서 채취했다는 점과 비행중 연소되면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는 점에서 청정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는 문제로 꼽혔다.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로 알려진 대체 저탄소 연료도 항공기 청정 연료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연료는 수년의 개발끝에 출시됐지만 2018년 항공연료 소비량의 0.1%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물론 앞으로 이 청정 연료는 사용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폐식용유 등으로 만든 고급 폐기물 바이오 연료도 있다. 댄 러더포드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항공국장은 바이오 연료가 "상당히 저렴하고 탄소배출량도 양호하지만 공급이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연료를 항공기 전용으로 사용할 경우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사용하는 항공연료의 2% 정도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야자와 콩, 옥수수 등 농작물로 만드는 바이오 연료도 있다. 그러나 이 바이오 연료의 원료가 되는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삼림이 훼손되고 있고,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단체들이 생산을 반대하고 있다. 러더포드 국장은 "셀룰로스 식물 및 농업 및 임업 폐기물로 만든 첨단 바이오 연료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재 가장 청정연료로 꼽히는 것은 '전기'다. 전기는 무제한 공급이 가능하지만 생산단가가 비싸다는 게 흠이다. 다만 현재 배터리의 크기나 무게는 대형 항공기에 적용하기 기술적 한계가 있다. 이에 맨체스터대학의 환경 및 기후변화 수석강사 루스 우드는 "전기비행기는 단거리 항공에 유망하다"면서 "배터리 기술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항공기도 개발되고 있다.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는 지난해 수소항공기의 콘셉트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수소항공기는 2035년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 2. 탄소 외 유해물질 문제
항공기는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수증기, 미세먼지 등의 유해물질도 대량 발생시킨다. 높은 고도에서 미립자 형태의 이런 유해물질을 내뿜기 때문에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이 물질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조사도 있다.
EU연합에서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비(非) 이산화탄소 유해물질이 이산화탄소보다 기후변화에 3배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정 연료로 꼽히는 저탄소 연료도 등유보다 탄소배출량이 낮다는 것일 뿐, 비 이산화탄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비 이산화탄소 계열의 유해물질은 기후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를들어, 한랭하고 습한 대기상태에서 비행기가 날아가면 가늘고 긴 꼬리가 생기는 '비행운'이 만들어지는데 이 비행운이 지구온난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이런 비행운은 낮보다 밤에 많이 생기기 때문에 야간비행은 특히 좋지 않다는 것이다.
비 이산화탄소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부각되지 않고 항공 기후목표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 문제지만, EU는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에 야간비행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3. 항공 이용횟수 줄이기
항공부문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술진척이 너무 느리기 때문에 비행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비행은 보편적인 활동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인구의 약 15%가 전체 항공편의 70%를 이용한다. 카이트 휴이트 항공환경연맹(AEF) 정책이사는 "이는 다른 많은 자치주에서도 반복되는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전세계로 범위를 확장하면 비행 불평등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항공기로 이동하는 세계 인구의 1%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항공분야의 탄소배출의 50%를 차지한다. 또 세계 인구의 2~4%만이 국제선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항공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공정한 방법으로 '상용고객 부담금'을 지지하고 있다. 공정한 비행을 위한 영국의 활동단체 '어 프리 라이드(A Free Ride)'에서는 모든 사람이 연간 한번씩 부담금없이 비행하고, 같은해에 항공편을 추가로 이용할 때마다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이 비행기를 주로 이용하므로 부담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이용률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특정노선에 대해 항공운항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2시간30분 이내로 이동하는 거리에서는 국내선 비행을 금지시켰다. 고속철도 노선을 신설해 항공노선 이용률을 낮춘 사례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새로운 고속철도 노선이 동일한 노선의 항공 운행을 최대 80%까지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 4. 탄소감축 위한 정책실행
앞서 열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책이 실행돼야 한다. 특히 파리기후협약은 국가별로 항공 탄소배출량만 언급됐고, 국제항공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 문제는 누락돼 있다. 이에 국제항공의 탄소감축 계획도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UN항공기구 ICAO의 국가들은 수년간 이같은 요구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2016년에 들어서야 '국제항공을 위한 탄소감축 계획(CORSIA)'에 합의했다. 이마저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항공편이 급감하자 각국은 항공사가 책임져야 할 의무를 지워버렸다.
ICAO는 항공분야의 장기적인 기후 목표를 놓고 논의하고 있지만 이것이 언제 합의될지,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다행히도 국가 및 지역 차원에서 정책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EU는 최근 상당한 정책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EU가 제안한 'Fit for 55' 기후법안에는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의무화와 항공연료 면세종료 계획이 포함돼 있다. 거의 대부분의 항공연료는 면제지만 앞으로 EU는 다른 연료처럼 항공연료에도 '등유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 5. 초음속 항공기 개발
항공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도 일부 항공기 제조사들은 오염을 심화시키는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다.
올초 유나이티드항공은 미 항공스타트업 붐 슈퍼소닉(Boom Supersonic)에서 15대의 초음속 항공기를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초음속 비행기는 소음문제뿐 아니라, 일반 항공기보다 승객 1명당 5~7배 많은 연료를 소비한다. 이는 일반 항공기보다 더 많은 비 이산화탄소 물질을 배출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결국 초음속 비행기는 항공업계의 탄소중립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환경운동가들은 초음속 비행기를 다른 항공기와 동일한 기준의 환경표준을 준수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상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초음속 비행기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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