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후정책에 '열 스트레스' 반영해야"
지구온난화로 인한 열 스트레스가 만성콩팥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콩팥병이 전세계 수백만명의 근로자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각국 의사들은 기존 만성콩팥병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원인불명의 만성콩팥병'(CKDu)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CKDu는 기존 만성콩팥병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기존 만성콩팥병은 노약자나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나 신장 기능을 서서히 저하시키는 질병이다. 반면 CKDu는 주로 더운 지역에서 마치 유행병처럼 퍼지면서 수많은 농업 노동자들을 신장 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다.
CKDu는 이미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 상대적으로 더운 기후여건을 갖춘 남미 국가들의 시골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최근 북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인도 등 고온·고열에 노출된 중노동자들에게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지만 열 노출 및 탈수와 CKDu의 상관관계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며 CKDu가 대규모로 확산되기 전에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몸의 체액 균형을 담당하는 신장은 극단적인 온도에 특히 민감해 기온상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CKDu는 야외 노동자의 콩팥을 미세하게 손상시키며 심각한 신장질환이나 신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콜롬비아 대학의 국제 기후보건교육 컨소시엄 책임자 세실리아 소렌센 박사는 "주로 더운 야외환경에서 일하고, 의료 및 보험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어 사회·경제적으로 빈약한 환경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관련 위험에 더욱 취약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속적인 신장 손상이 반드시 증상을 동반하지는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상태가 악화돼 결국 콩팥병이 말기에 이를 때까지 자신이 아프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렌센 박사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계로 병들고 있지만 다른 선택권이 없고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환경 규제 감독도 거의 없다"며 "이는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엘살바도르 혈액투석센터의 임상신장전문의이자 의료책임자 라몬 가르시아 트라바니노 박사는 "중앙아메리카에서 기온이 가장 높은 지역이 CKDu 발병지역과 일치한다"면서 "엘살바도르와 니카라과는 만성콩팥병으로 인한 사망률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사망률은 예상치에 비해 10배 높게 치솟았고 신규 환자 수는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호주 국립대학 국립역학건강센터의 토르드 켈스트롬 교수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열 스트레스에 직면해 열대 및 아열대 지역 인구의 3분의 2가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며 "지구온난화는 노동자의 삶과 수백만명의 생계에 심각한 위협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후정책에 열 스트레스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각국 당국자들의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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