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ABP, 화석연료 기업 '돈줄' 조인다...내년 1Q까지 20조 매각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9 16:20:36
  • -
  • +
  • 인쇄
ABP "투자중단 및 투자자산 매각" 결정
주주로서 에너지전환 가속화 위한 압박


세계 3대 공적연금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이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돈줄'을 옥죄기 시작했다. 

최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ABP는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는 한편 이미 투자된 자산을 내년 1분기까지 모두 처분한다고 밝혔다. ABP의 자산규모는 총 5280억유로(716조원)로,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한 비중은 전체 자산의 3%에 해당하는 174억달러(약 20조3500억원) 정도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정유기업 네덜란드 왕립 석유회사(로열더치쉘) 지분도 포함돼 있다.

매각대상은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기업 등 화석연료 기업들이다. ABP는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전력회사, 자동차기업, 항공사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다. 주주로서 기업들이 좀 더 지속가능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다.

코리엔 보르트만 ABP 의장은 "지구온난화를 최소화해 기온상승을 1.5℃로 제한하는 데 기여하려 한다"며 "화석연료 생산자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는 이유는 주주로서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그들을 충분히 압박할 기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BP가 '기후위기를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불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이같은 성명을 발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대표 파이자 오울라센은 "ABP가 좋은 선례를 남겼다"면서 "ABP의 이번 조처는 매우 중요하며 석탄, 석유, 천연가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석연료를 퇴출시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경고에 대한 유일한 논리적 답안"이라고 덧붙였다.

ESG 행동주의기관 '팔로우 디스'(Follow This)의 법률고문 맥킨지 우르쉬는 "법원 소송이 ABP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주요 온실가스 배출기관에 대한 줄소송이 예고돼 있고, 이는 주요 정유사와 대형 투자자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가이언을 통해 밝혔다.

자본시장의 탈탄소 추세는 앞으로 점점 더 거세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세계 1500여개 기관이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자산운용규모는 총 39조2000억달러(약 4경5798조원)에 달한다. 화석연료 투자회수 운동을 주도하는 '다이베스트인베스트'(Divest-invest)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들 운동에 동참한 투자기관은 181개, 총 자산은 520억달러(약 60조7000억원) 규모였지만 7년이 지난 지금 기관수는 8배, 총 자산은 754배 늘었다.

일례로 캐나다 퀘벡투자신탁기금(CDPQ)은 투자 자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극적으로 줄이기 위해 2022년말까지 4000억달러(약 468조원) 규모의 석유 관련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족기금 포드재단은 올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멈추겠다고 밝혔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역시 화석연료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북유럽 자산운용사 노르디아자산운용(Nordea Asset Management)은 포스코가 ESG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포스코 지분을 매각했다.

반면 자산운용규모가 900조원이 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공단은 ESG 투자를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투자결정을 할 때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정보 가운데 환경 정보 입수율은 4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 70년' 나눔과 봉사 실천..."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나눔상생을 실천하고 있다.20일 삼

네이버,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 통해 온실가스 9144톤 감축

네이버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3만925톤(tCO2eq) 절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가 9144톤에 달했다.네이버는 20일 발간한 '2024 통합보

사외이사 안건 찬성률 95.3%...상장사 이사회는 '거수기'로 전락?

사외이사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5.3%에 달하는 등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기능과 감사 독립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기원의 ESG인사이드] 보여주기식 'ESG공시' 벗어나려면?

ESG 공시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자본과 규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시대,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점검하고 공시 역량을 평가

노동자 사망사고·압수수색 이후...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SPC그룹이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독립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출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기후/환경

+

비 오면 벽체 내려앉아...세계문화유산 무령왕릉 5호분 보존처리 시급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주 무령왕릉 5호분이 장마철 등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 토양에 수분이 증가하면서 벽체

지구 기온 4℃ 오르면...2100년 식량 생산량 절반으로 '뚝'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 이르면 식량 생산량이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솔로몬 샹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구 평균기온

항공권에 '비행세' 부과하면...기후기금 167조원 확보 가능

항공권에 '비행세'를 부과하면 기후피해 회복기금으로 연간 1060억유로, 우리돈 167조2000억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9일(현지시간)

올해도 미국은 '열돔'에 갇혔다...다음주까지 폭염 시달려

올해도 미국의 폭염은 더 뜨겁고 길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주말 중서부에서 동부 연안에 이르는 지역에 열돔 현

환경공익사업 지원금을 로비에 활용?...EU, NGO 자금조사 착수

환경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라고 지급된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이 NGO들의 정치적 로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EU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

퍼붓다 그쳤다 반복...수도권 '국지성 폭우'로 피해 속출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는 반복하는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인천 전역과 경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