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플라스틱 20% 감축도 계획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이 올해 발간한 '2024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은 12%에 그쳤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2년째 의미있는 감축을 하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 감축률 역시 제로여서 "ESG 목표 수립은 제대로 했지만 이행률이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에서 멈춘 재생에너지···전환률 '깜깜이'
롯데칠성은 지난 2021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RE100 이니셔티브에 참여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 60%, 2040년 100% 전환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롯데칠성은 2024년 전체 전력사용량 17만8828메가와트시(MWh)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만1455MWh에 그쳤다. 12% 비중이다. 이는 태양광·바이오가스·녹색프리미엄 등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한 전력공급은 아직 전무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한 적도 없다.
롯데칠성이 목표대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60%를 달성하려면 2024년부터 매년 약 8%포인트(p)씩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 '2024년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밝힌 지난해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은 12%였으므로, 단순 선형 추세로 계산하면 올해 도달률은 최소 20%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얼마나 늘렸는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가 현재 재생에너지 도달율에 대해 질문하자, 롯데칠성 측은 "충주2·안성공장, 강릉물류센터는 태양광 자가설비를, 군산공장은 바이오가스 설비를 가동 중"이라고만 밝혔다. 사업장별 재생에너지 비율은 자세히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년간 탄소감축 제자리인데···넷제로 목표 SBTi 승인
롯데칠성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은(스코프1+2)은 2022년 15만9240tCO₂eq에서 2023년 15만5177tCO₂eq까지 줄었다. 하지만 2024년에는 15만5782tCO₂eq로 배출량이 오히려 소폭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2023년 이후로 의미있는 감축량을 보이지 않고 약 15.5만tCO₂eq 수준에서 담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제품 생산량 대비 배출량인 배출 원단위도 0.096tCO₂eq/kl로 2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이는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칠성은 지난해 11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넷제로(Net Zero)' 최종 목표를 승인받다. 단순한 선언을 넘어 국제기준에 맞춘 탄소감축 로드맵을 공식화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감축 수단별 비중과 목표 연도 등 로드맵의 개요는 제시돼 있지만, 사업장별 이행경로나 연차별 세부실행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본지는 롯데칠성 측에 SBTi로부터 승인받은 탄소감축 로드맵의 내용을 요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회사 측은 "대내외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있으므로 연도별 세부내용이 아닌 중장기적 목표를 중심으로 공개하고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 플라스틱 20% 감축 목표···각론은 미흡
롯데칠성은 생수 '아이시스'를 비롯해 '칠성사이다' 등 국내 음료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만큼 플라스틱 사용량도 많다. 이에 롯데칠성은 지난해 6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2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동안 추진했던 페트병 경량화, 무라벨 생수 등도 모두 이 일환이다. 아울러 지난해 6월 음료 페트병의 재생 플라스틱 원료 비중도 2030년 30%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롯데칠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5만5457톤이던 플라스틱 사용량은 2024년 5만5539톤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재생원료(rPET) 사용비율도 2023년 0.075%에서 2024년 0.054%로 낮아졌다. 폐기물 재활용률은 98%라고 표기돼 있지만 절대 재활용량은 2023년 2만6915톤에서 2024년 1만9613톤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칠성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2021년 약 5만5500톤이던 플라스틱 사용량을 2030년에 약 4만4400톤으로 줄여야 한다. 10년간 총 1만1000톤을 감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2024년 플라스틱 사용량은 5만5539톤이었기 때문에 남은 6년동안 1만1000톤을 줄어야 한다. 2025년 감축 수치는 아직 지속가능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만약 2025년 사용량도 제자리였다면 남은 5년간 1만1000톤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연간 2200톤씩 사용량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되는 것이다.
롯데칠성은 '칠성사이다 500ml' 제품에 재생 플라스틱 100%를 적용하고, 초경량 '아이시스' 제품으로 이를 확대하는 등 선제적인 시도를 진행 중이다. 다만 재생원료 10% 사용 의무화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현재 0.054% 수준에 머물고 있는 rPET 비중을 앞으로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다.
롯데칠성은 '2025 인권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사업장의 인권영향 평가를 실시했다. 이 평가에는 필리핀·파키스탄·미얀마 등 해외법인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평가결과에 대한 구체적 수치나 개선율 등 정량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인권보장 항목별 현황은 제시됐으나, 협력사 수준의 실태나 후속조치 이행 정도는 확인할 수 없다. 사회공헌활동 역시 '환경·상생·건강' 축으로 추진중이라고 밝혔지만, 기부금 규모·참여 인원 등 정량적 성과지표는 인권보고서와 지속가능성보고서 모두에서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 ESG위원회는 사외이사 구성돼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이행, 인권영향평가 결과보고 등 주요 안건을 심의했지만, ESG 성과평가(KPI)와의 연계 비중 등 세부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독립성은 명확히 드러나지만,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롯데칠성은 ESG 목표를 공세적으로 수립한 것치고 실행력이 너무 미진한 모습이다. 탄소와 플라스틱 감축 목표에 비해 이행속도와 구체적 성과가 부족해, 계획과 현실의 간극이 뚜렷해 보인다. 곧 발표될 2025 지속가능성보고서가 롯데칠성이 실제 이행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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