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기후재앙 시작됐는데...둔감한 우리 사회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1-11-12 11: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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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200개 도시 집회여는데 우리나라만 조용
정치권도 유권자도 '무관심'...피해는 젊은세대 몫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 행동 촉구 시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대부분은 왜 저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남의 일인양 구경만 하고 있다. 설사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해도 '내가 살때까지는 괜찮겠지'하는 안이함으로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

지금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 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다. 각국의 리더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공동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자리다. 10만명이 넘는 기후환경 활동가들과 시민들도 글래스고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각국 지도자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며 연일 시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전세계 200개 도시에서도 같은 요구를 하며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조용하다. 제20대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재명과 윤석열의 행보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있을 뿐,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무관심 그 자체다. 왜 이럴까. 설마 기후위기가 우리나라만 비껴간다고 믿는 것일까.  

◇ 기후위기는 남의 일? 정치권도 무관심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기후위기를 현실적으로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문제를 지구의 다른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쯤으로 여긴다. 이 문제가 우리의 생존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과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올해 상상을 초월하는 폭염과 가뭄, 홍수, 폭설 등을 겪었다. 초대형 산불로 수개월씩 고통에 시달렸다.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통제불가능할 정도의 기후재앙이나 위협이 없다. 게다가 홍수나 폭우에 대한 대응능력도 실로 탁월해 그 누구도 폭우나 태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후위기로 악화된 자연재해를 생존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먼 나라 남의 일로 여기고, 아주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선거때도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기후재앙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선거를 할 때면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기후위기 관련 공약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다. 반면 우리나라 유권자들 대부분은 기후위기 공약에 관심이 없다. 정치권도 이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하다. 무관심할 뿐 아니라 무지하다. 설사 의제나 공약으로 삼더라도 집중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 지구촌은 환경과 기후위기 담론으로 들끓고 있는데 우리는 해묵은 이념논쟁과 지역논쟁과 역사논쟁에 함몰돼 있다. 시민단체들과 지식인들조차 기후위기에 대해 힘써 목소리를 내지 않으며, 그런 활동은 환경운동단체나 녹색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한가하고 이상적인 지향 정도로만 여긴다.

◇ 기후위기 피해자는 바로 '우리 자녀들'

이런 배경은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인들의 공감적 인식 결핍을 가져왔다. 잘 사는 나라에 속하면서도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가장 무지하고 둔감한 국민들이 돼버린 것이다. 우간다 환경운동가인 바네사 나카테는 "매년 900만명의 사람들이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하는 유독한 공기를 들이마셔 죽어가고 있다"고 외치며 "세계 지도자들은 의미없는 정상회담을 중단하고 즉각 의미있는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기후위기 피해국들에게 지구촌의 '기온 상승은 우리에겐 사형선고'라며 호소하고 있다. 사실 기후위기의 피해자는 대부분 빈민층과 빈곤국가들이다. 대개 못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겪는다. 즉 기후위기를 위한 시민들의 행동은 부자나라의 한가한 사람들의 별난 행동이 아닌 것이다.

공감에는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의 두 차원이 있다. 정서적 공감은 타자의 아픔과 위기에 대해 심리적으로 공명하고 함께 아파하고 편들어주는 마음씀이다. 인지적 공감은 그 아픔과 위기의 근원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돕는 함께 함의 태도다. 전자는 마음의 이어짐으로 후자는 행동의 연대로 이어진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기후위기를 겪게 될 피해자들은 바로 우리 자녀들이라는 사실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탄소중립을 위한 넷제로(Net-zero)가 지구촌 모든 국가의 공통의 실천과제가 됐다. 과학자들은 지구 기온이 섭씨 2도가 상승되면 지구촌 전역에 엄청난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재앙적 위기가 생겨난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각국 정상들은 지구 상승온도를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진행중인 온도 상승의 속도를 제어하는 마지노선이 2050년이다. 지구 기온이 섭씨 1.5~2도 상승하면 섬과 해안지역은 거의 사형선고와 같은 격변이 일어난다고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해수면이 1미터나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안 도시들과 섬들이 피해지역이 된다. 한반도 전역이 온갖 종류의 기후 재앙의 우산 아래 놓이게 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청년들의 외침 "비상사태 선포하라"

"기후위기를 코로나19에 버금가는 전세계 비상사태로 선포해 달라!"

지난 10일 스웨덴의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청소년 환경운동가 14인은 유엔(UN)을 향해 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했다. 영국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이들 청소년들은 현재의 기후위기 이슈는 단지 국제적 협상과 협약으로 처리할 의제가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에 버금가는 수준의 국제적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대응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UN이 직접 나서서 기후위기에 대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을 해야 할 정도의 심각성과 임박성을 웅변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단지 이슈화를 위한 과장된 제스처일까? 아니다.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기후위기는 자신의 삶의 문제이다. 이들은 이를 자기 자신들의 문제로 체감하며 행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후위기는 주기적인 지구환경의 순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과다한 탄소배출로 인해 초래된 현상임을 지적한다. 즉 산업혁명 이후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무한정 사용하는 산업구조와 우리의 생활방식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하지만 탄소배출의 주범인 강대국과 탄소연료를 무한정 사용하고 있는 부자나라 사람들은 그리 절박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주요 탄소배출국들도 소극적이다.

다행히도 우리 정부는 국제적 흐름과 보조를 맞추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대다수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나 문제 해결의 절박함은 매우 낮다. 기후위기 어젠더를 지구촌에 공론화하고 공동 대응을 하게 하는 힘은 과학자들의 연구나 국가지도자들의 협약과 정책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하는 새로운 주체들이 필요하다. 그 주체는 기후위기 문제를 나 자신의 문제이자 인류 공동의 문제임을 절실하게 체감하는 이들이다.

◇ 기후위기 의제화하는 후보자에 주목해야

기후위기 어젠더에 관한 한 우리는 문맹에 가깝다. 기후위기는 긴급한 어젠더다. 먼저 이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둔감성부터 깨뜨려야 할 일이다. 특히 기성세대는 알려고도 하지 않고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지구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비명 소리와 여러 경고의 외침에 귀기울이는 것이 출발점이다. 아울러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탄소배출을 줄이고자 하는 시민들의 작은 실천은 그래서 소중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탄소감축을 위한 넷제로(Net-zero)는 개인의 산발적인 실천으로는 역부족이다. 각 국가들이 그 어떤 대가나 비용을 치르더라도 이를 전면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2050년은 재앙의 출발선이 될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기후위기 이슈가 공식적인 관심사나 정치적 의제가 되지 못하는 것은 단지 이를 알면서도 주저하는 정당들과 정치인들의 태만 때문인 걸까? 어쩌면 정치인들의 무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는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오로지 자기 진영의 정치적 이익과 표심 잡기에만 열중하는 것처럼 보이다. 청년들의 표심을 잡으려고 온갖 제스처를 하기 이전에 기후위기를 의제화하고 주요 공약으로 삼는 후보자가 과연 생겨날까? 선거라는 중대사를 앞둔 나의 정책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필요한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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