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 "벤처는 처음부터 ESG DNA 심어야"
벤처투자 규모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지만 벤처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기업정보 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전세계 벤처투자 규모는 4540억달러(약 545조8374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약 30%(약 146조6605억원) 오른 수치다.
특히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졌던 초기단계 스타트업 투자는 2021년 한해동안 104% 늘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팬데믹 그리고 경제침체 위기로 주춤할 것 같은 일반 시장과는 달리 미래 기술을 중요시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팬데믹이 불러온 새로운 질서에 맞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갈구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벤처기업들은 막대한 자금과 '와해성 기술'(업계를 완전히 재편성하고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게 될 신제품이나 서비스)을 앞세워 앞으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에 따르는 책임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중소기업 6022곳을 대상으로 ESG 성과를 분석한 결과, 2020년 ESG 점수는 100점 만점에 52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경 점수는 39.7점에 불과했다.
아마존이 최대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영국판 배민' 딜리버루(Deliveroo)는 지난 3월말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30% 폭락하는 등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라이더 처우 문제로 기관투자자들이 공모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국제앰네스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10대 벤처투자기업들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스파이웨어 장비를 납품하는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등 인권보호 항목에서 낙제점을 기록했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은 국내 벤처기업의 ESG 성과가 오름세라는 점이다. 앞서 중진공이 발표한 중소기업들의 ESG 점수 52점은 1년전보다 6.7점 상승한 성과다. 또 지난 11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ESG 준비 민·관 협의회'를 발족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과 ESG 자가진단을 돕는 등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정부가 이들 기업을 뒷받침하기로 나섰다.
해외에서도 벤처투자자들의 자정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50여개의 벤처투자기업들과 LP(개인,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유한책임투자자)들이 보다 책임감있는 투자를 위해 비영리단체 '벤처ESG'(VentureESG)를 결성하기도 했다. 캐시 마츠이 전 골드만삭스 부회장은 지난해 일본 최초 ESG 중심 글로벌 벤처 캐피털 펀드인 '엠파워 파트너스 펀드'(MPower Partners Fund L.P)를 시작해 이목을 끌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추후에 기업문화를 ESG 기준에 맞춰 개선하기보다 처음부터 기업 DNA에 ESG를 각인시키는 게 쉬울 것"이라며 "벤처기업이 커지는 속도만큼 ESG 영향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WEF는 벤처기업들이 초기부터 ESG에 기반한 탄탄한 체계를 구축하고, ESG 평가 과정을 최대한 간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끊임없이 측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이 모든 과정을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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