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많이 먹은 탓일까?...자기세포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급증세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2 10:42:39
  • -
  • +
  • 인쇄
서구화된 식생활로 자가면역질환자들 증가
올바른 치료법 위해 환자들 분류하고 유형화


어떤 사람은 햄버거를 많이 먹어도 자가면역질환에 걸리지 않는 반면 어떤 사람은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으면 자가면역질환에 걸린다. 왜 그럴까.

영국 런던의 프랜시스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의 제임스 리(James Lee)와 캐롤라 비누에사(Carola Vinuesa)는 같은 종류의 음식을 먹는데 자가면역질환 발병률이 달라지는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최근 연구팀을 꾸렸다.

현재 영국에서만 자가면역질환자가 약 400만명에 이르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2가지 이상의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다. 또 전세계적으로 자가면역질환 발병률이 매년 3~9%씩 증가하고 있고, 이전에 관련질환이 발병하지 않았던 중동과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최근 몇년 사이에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패스트푸드 등 서구화된 식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자가면역질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가면역 질환은 면역체계가 건강한 세포와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 조직과 장기를 스스로 공격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대표적으로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및 다발성 경화증 등이 여기에 속한다. 

캠브리지대학 출신의 제임스 리 연구원은 영국 옵서버지(Observer)를 통해 "서구에서는 40년 전부터 자가면역질환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관련 질병이 없었던 국가들에서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간의 유전은 지난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며 "외부의 환경 요소가 자가면역질환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으로 유추했다.

호주국립대학 출신 카롤라 비누에사 연구원도 서구식 식단 및 패스트푸드 위주로 변화하는 식생활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패스트푸드 식단은 섬유질과 같은 필수 성분이 부족하며, 이러한 변화가 인체 미생물군집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인체 미생물군집은 내장에서 다양한 신체 기능을 조절해주는 미생물의 집합이다. 이러한 미생물군집의 변화가 자가면역질환을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현재 100가지 이상의 유형이 발견됐다.

비누에사 연구원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확장을 막을 방안은 많지 않다"며 "다만 특정 유전적 민감성이 없다면 햄버거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자가면역질환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고 이에 취약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근본적인 유전적 메커니즘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개인간 DNA의 미세한 차이를 정확히 포착하는 기술 덕분에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자가면역질환자 사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유전적 패턴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서로 다른 유전 경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다양한 유형의 질환 치료를 목표로 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제임스 리 연구원은 "최근까지만 해도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는 대규모로 DNA 염기서열을 배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밝혀진 염증성 장질환 관련 DNA 변형만 250개 이상이다.

비누에사 연구원도 최근 다양한 유전 경로로 유발되는 많은 자가면역질환이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용한 치료법은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정작 어떤 환자에게 적용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것이 태반"이라며 "올바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도록 환자들을 분류하고 유형화하는 것이 자가면역 연구의 주요 목표"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리 연구원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수술을 받거나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는 환자와 의료서비스에 막대한 부담이므로 하루빨리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