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패티1장 구울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트럭 230km 달릴때와 비슷"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6 16: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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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맘코리아 주최 토론회에서 제도마련 '한목소리'
"女폐암 90% 요리때문"…1급발암 '조리흄' 대책 시급

최근 조리사들이 요리할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즉 '조리흄'으로 폐암에 이르고 있고, 여성폐암의 90%가 '조리흄'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대표 하지원)가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대출 위원장과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요리 연기(초미세먼지) 프리, 건강한 주방 만들기'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폐암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리흄'으로부터 건강을 보호하려면 일정규모 이상 주방시설에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토론회는 여성 폐암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로부터 조리 근로자의 근로환경 및 그 공간에서 식사하는 학생 등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실질적인 정책을 제안하고자 마련됐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발생한 여성폐암 환자 8328명 가운데 90%는 비흡연자다. 간접흡연, 대기오염 등 다양한 원인 중 전문가들은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초미세먼지)', 즉 '조리흄'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햄버거 패티 1장을 구울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덤프트럭 230km 운행할 때 발생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최근 학교 급식실 조리원의 폐암이 산재로 인정받게 되면서 조리시 발생하는 요리 연기의 유해성과 올바른 관리방안 및 정책 마련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며 "조리원뿐만 아니라 조리실과 붙어있는 급식실을 이용하는 학생, 교사, 근로자들의 건강 또한 우려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은 "식품 조리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모두 초미세먼지(PM2.5)"라며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심혈관계와 호흡기계에 영향을 끼쳐 뇌졸중, 폐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나아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치매와 같은 심리적, 행동 문제와 연관된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찬승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리버사이드 화학-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학의 연구결과, 햄버거 패티 1장을 구울 때 발생되는 농도가 대형 덤프트럭 230km를 운행할 때 발생되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미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내 여러 주에서는 상업용 식당의 직화구이 조리법을 규제하고, 제어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다양한 제어기술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실효성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교 급식실 등 조리흄이 대량 발생하는 곳의 시설은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리사들을 아무런 안전장치없이 1급 발암물질 속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박화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8개 학교의 후드 공조기 공기질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학교 급식실 후드 제어 풍속이 산업안전보건법 기준치인 1.0~1.2m/s에 미치지 못했다"며 "후드는 급식실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에게는 호흡기와도 같은 것인데, 이마저도 용량이 부족하거나 고장이 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에코맘코리아와 박대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공동 주최한 '요리 연기(초미세먼지) Free, 건강한 주방 만들기'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에코맘코리아)

이에 철저한 관리와 제도적 장치가 필수라는 주장이다. 경기연구원 김동영 선임연구위원은 "일정규모 이상의 조리시설은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종류, 배출량 등에서 사업장 배출시설과 다를 바가 없어, 공기포집장치와 오염물질 처리시설 설치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음식점은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배출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는 경제적 부담이 발생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행∙재정적 지원과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인정, 노력하기로 했다. 환경부 장성현 대기관리과장, 고용노동부 김정연 산업보건기준과장, 교육부 정순채 학생안전총괄과 사무관 등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측 인사들은 "현재 저감장치에 관한 시범사업 실시, 급식조리사 폐암건강검진 실시, 환기설비설치 가이드 제공, 보건관리실태 점검 등을 시행하고 있다"며 "제도의 현실적 적용과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토론회와 같이 관련된 모든 부처가 함께 하는 자리와 논의를 통해 적절한 관련 법령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대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과 예방에 대한 논의와 정책은 꾸준히 이뤄진 반면, 조리시 발생하는 요리연기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단계"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방안이 제안돼 현행제도를 보완하고 관리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에코맘코리아는 △음식점 및 급식실의 구체적인 조리흄 배출 현황조사 및 배출원에 대한 관리 설계 필요 △일정규모 이상의 조리시설에 대한 오염물질 처리시설 설치 관리 필요 △영세한 음식점의 배출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필요 △조리흄 제어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강화 및 지원 △상기 네 가지 사항을 포함한 요리연기(초미세먼지) 저감 장기 로드맵 작성 및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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