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대선 토론'...후보자 숨소리까지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2-02-03 15: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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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후보들 면면 살필 수 있는 기회
논리성, 정서 그리고 진정성 종합평가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좌)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설 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인 대선 시즌에 돌입했다.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은 후보자들의 공개토론이다. 대선 토론은 네거티브로 실종되기 쉬운 정책토론을 복원하는 현장이 된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의가 있다. 아울러 짧은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대선 토론,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 그리고 유권자로서 우리는 어떤 태도로 토론을 경청해야 할까?

◇ 정책토론과 날선 공방이 필요해

토론의 장은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소중한 현장이다. 공론의 장에서 시민들이 함께 토론하는 일,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책이나 주장의 논거를 제시하며 설득력 있게 밝히는 일, 후보자들이 국민들 앞에서 공개토론을 통해 자신의 철학과 정책 그리고 의지를 드러내는 일, 이런 것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공론의 장이나 공개적인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정치제도가 역사 속에서 있다면 그것은 전제군주정이나 전체주의일 것이다.

대선 후보들간의 토론은 정책토론 중심이어야 한다고 모두가 입모아 말한다. 물론 근거없는 비방과 인신공격성 발언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그리 어리석지 않다. 토론장을 네거티브 선전이나 선동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자는 오히려 함량 미달의 사람으로 평가되기 마련이다. 그런 저급한 행위는 자기 마음이나 열성 지지자의 기분을 잠시 만족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선거의 향배를 가르는 중도층의 마음을 떠나게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토론은 사실 디베이트(debate)다. 자신을 웅변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주장과 말을 반박하고 그 논리적 허점이나 허위성을 드러내는 것이 요체다. 따라서 날선 공방이 필요하다. 네거티브와 논박은 전혀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견을 드러내고 쟁점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의 정책의 정당성과 현실성을 입증하고, 다른 후보의 정책의 허술함이나 빈약한 근거나 예상되는 부작용을 명료하게 지적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은 '갈등과 이견'이다. 갈등과 이견을 노출하고 그 차이를 분명하게 하는 점이 토론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정당과 후보자는 토론에 참전하면서 스스로 성장한다. 토론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토론 과정에서 자기주장이나 이견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서 후보 자신의 정책과 주장이 명료해지고 빈약한 부분이 보충되는 것이다. 따라서 토론의 장에서 예민한 논박이 오가는 일이 많을수록 가치있는 토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견과 다툼이 있더라도 토론을 공정하게 하는 정치문화는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만든다.

◇ 성숙한 경청이 토론을 빛나게 만들어

TV토론 현장의 카메라 렌즈보다 우리 국민들의 눈이 더 투명해야 할 것이다. 옷가지나 일상용품 하나를 구매할 때도 상품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그 가치와 쓸모를 따지는데, 하물며 국가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 아닌가. 훨씬 엄밀하고 포괄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하지만 우리의 판단과 사유는 더러 쉽게 마비되거나 치우친다. 이미 자신이 지니고 있는 선(先)이해와 확증편향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토론을 객관적으로 검토할만한 리터러시 감각이 부족하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인상이나 말투 등 무의식적 요소와 취향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유권자들의 시선이 있으므로 후보자들은 허투루 말할 수 없다. 자신들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얼핏보면 토론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사회자의 진행 기술이나 토론의 룰(rule)이나 발언자의 역량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유권자들의 성숙도가 토론의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토론의 흐름을 관찰하는 입체적인 시선, 발언의 내용과 진정성을 엄밀하게 검증하는 감각, 냉정하고 공정한 판단력, 토론을 관전한 경청자로서의 적극적인 피드백 등이 있으면 토론은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정치의 장이 될 것이다.

◇ 우리는 '사람'과 '콘텐츠'를 읽는다

그렇다면 대선 토론을 경청하면서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는 좋은 웅변 및 토론에는 3가지 요소가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로고스(logos)와 파토스(pathos) 그리고 에토스(ethos). 로고스는 논리적 지적 요소라면, 파토스는 정서적 감성적 차원이다.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의 윤리적 지평 혹은 진정성과 관련되는 것이다. 즉 에토스는 사람됨을 말한다.

대선 토론은 후보를 공적으로 검증하는 현장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택을 최종 결정하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어느 후보자가 준비된 사람일까?' 우리는 진정으로 이 질문을 껴안고서 토론 과정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포기할 수도, 양도할 수도 없는 시민권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스터트롯이나 댄스서바이벌 등 흔하디 흔한 서바이벌 게임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습관부터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후보자의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태도를 제안하고 싶다. 정치철학, 정책의 가치와 실천 의지, 합리성과 열정, 나아가 통합적 관점과 국정 운영 역량 등을 살피면 좋을 것이다. 짧은 토론이지만 각 후보자의 많은 면모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공개토론의 유익이자 장점일 것이다. 대선 토론은 민주주의의 성숙과 후보자 검증의 바로미터(barometer)가 된다.

대선 토론은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까지 연이어 진행될 것이다. 토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토론을 잘 하거나 이긴다고 선거에 이기는 것도 아니다. 토론에 죽을 쑨다고 해도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것도 아니다. 유권자들의 시선은 예리하다. 토론에서 지식이나 말발만 보고 가볍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본다. 사람을 읽는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예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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