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사회환원 약속, 아동재활병원 등 '노블리스 오블리제'
국내 최대이자 세계 굴지의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말 향년 54세의 나이로 별세해 충격을 안겼다.
NXC는 1일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이사가 지난달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며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 다만,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바람의 나라'로 넥슨 창업…韓 게임업계 키운 1세대
고(故) 김 이사는 한국 게임을 대표하는 1세대 창업주다. 그가 1994년 자본금 6000만원으로 창업한 넥슨은 국내 게임업계의 맏형은 물론, 글로벌에서도 손꼽히는 게임회사가 됐다. 1968년 2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 전산학과 석사를 취득했다. 카이스트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했지만 반년만에 그만두고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평소 관심이 많던 게임을 만들기 위한 개발사 넥슨을 창업해 '바람의 나라' 개발에 돌입했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대를 연 '바람의 나라'는 인기 만화가 김진의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개발된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넥슨을 글로벌 무대에 올려놓았다. 이후 개발사 인수 등을 통해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등 한국 게임을 대표하는 수많은 히트작을 선보이며 한국이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 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는 2005년 지주회사인 NXC(구 넥슨홀딩스)를 설립해 작년 7월까지 대표이사를 맡으며 매출 3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키웠다.
창업주인 고 김 이사 역시 2021년 포브스 선정 한국 부호 2위에 랭크될 정도로 큰 부를 쌓았다. 그럼에도 평소 운동화와 티셔츠를 즐겨입는 등 소탈한 스타일을 즐겼다. 또 대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은둔형 CEO'로 불리기도 했다.
또 개인적으로든 회사를 통해서든 사회공헌과 기부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넥슨은 2013년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박물관인 '넥슨컴퓨터박물관'을 개관하고 국내 최초 아동 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지원하는 등 기업과 사회가 공존하고 동행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2018년 넥슨재단을 설립한 뒤 국내 최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첫 독립형 어린이 완화 의료센터, 경남권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원키로 하는 등 미래 세대를 이끌어 갈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에 열정을 보였다.
2018년에는 "10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고 발표해 한국형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대표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2021년 7월에는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 동안 NXC 대표이사를 맡아왔는데 이제는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NXC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화제를 모았다. NXC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사내이사로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부문에 주력해 항공우주, 영화,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코인 등에 투자해왔다.
◆ "큰 별 졌다. 할 일 많은데 안타까워" 애도 이어져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사회 전반적으로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의 30년지기 친구이자 라이벌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페이스북에 "내가 사랑하던 친구가 떠났다. 살면서 못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 같이 인생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젠 편하거라 부디"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택진 대표는 고 김 이사의 서울대 공대 1년 선배다.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역임한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도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사망 소식에 페이스북을 통해 "업계의 슬픔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창업자이자 선견지명이 있는 리더인 김정주 창업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회의론을 무시하고 창조적 본능을 믿으라고 격려했었다"며 "넥슨 가족과 많은 친구들이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를 전했다.
정치권의 애도도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트위터에 "애도를 표합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며 "그가 만든 '바람의 나라'는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만나 동료가 되고 임무를 수행하고 거래를 하는 온라인 게임의 전형을 만들었다. 1996년 창업한 넥슨의 가장 오래된 클래식 게임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는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써왔다"고 애도를 표했다. 이어 "어느 한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혁명적 사고를 갖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며 "그가 앞으로 할 일이 참으로 많은데 너무도 안타깝다.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 위로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큰 별이 졌다. 김정주 이사님의 별세를 애도한다"며 "김정주 이사님의 기여를 빼고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발전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비통한 마음으로 추모한다"고 전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