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천연가스 비중 낮추자"...유럽,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낸다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3-04 20:05:31
  • -
  • +
  • 인쇄
IEA "러 천연가스 비중 1년내 3분의1로 낮춰야"
독일, 신재생에너지 100% 전환 15년 앞당긴다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41%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전환시기를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겪었던 에너지 대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려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긴박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러시아와 새로운 가스 공급 계약을 맺지 말 것을 권고했다. IEA 사무총장 파티흐 비롤은(Fatih Birol)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경제적,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유럽은 1년 내 러시아 천연가스 비중을 3분의1 이상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도 다음주에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천연가스 공급선 다변화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신에너지 협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협약에는 러시아 천연가스 대신 미국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을 늘리고,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가스 생산규모를 350억입방미터(m3)로 확대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실제로 EU의 에너지 소비 비중은 석유가 32%, 천연가스가 25%에 달한다. 바이오연료를 포함한 재생에너지 비중은 18%이고, 원전은 13% 비중이다. EU 회원국들은 2000년 이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점차적으로 늘리면서 화석연료 비중을 줄여왔지만, 회원국간의 간극은 큰 편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정도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40%대에 이른다. 대부분의 EU 회원국들은 화석연료를 줄이는 대신 러시아에서 수입된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유럽에너지총국(ENER)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U가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약 90%는 수입이다. 러시아 천연가스가 3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노르웨이 천연가스가 22%, 알제리가 10%를 차지한다. 이에 IEA는 현재 37% 비중에 이르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1년 내에 12% 이상 낮춰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IEA의 이같은 입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압박의 일종이다. EU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에너지 볼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수 없다. EU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얼마나 서두르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음이다. 

난방용 천연가스의 절반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독일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 경제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당초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이었던 계획을 대폭 수정해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15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현재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다른 EU 회원국보다 높은 47.4%에 달한다. 독일은 2030년까지 이 비중을 80%로 끌어올리고, 2035년에 100%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신재생에너지법(EEG)'은 오는 7월 1일 의회에서 통과여부가 결정된다.

아울러 독일은 재생에너지 전환시기를 앞당겨야 하는만큼 태양광 패널에 대해 보조금 삭감계획도 잠정 보류했다. 지난해 4.8기가와트(GW)였던 태양광 발전설비량은 2035년까지 200GW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약 10GW였던 육상풍력 발전설비량은 2035년까지 110GW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해상풍력 발전설비량은 0.219GW인데 2030년까지 30GW를 채운 뒤 2045년까지 70GW로 확대한다. 계획대로 한다면 독일은 2035년 이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량이 350GW 이상이 된다.

이에 앞서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고조되던 지난달 22일 110억달러(약 13조2550억원) 규모의 노르트스트림2 건설을 중단한 바 있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 서부 나르바만과 독일 북부 그라이프스발트를 연결하는 천연가스 수송 파이프다. 길이는 1225km에 이르며 연간 최대 550억m3의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다. 

이처럼 독일이 선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힘에 따라,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 다른 EU 회원국들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EU 집행위원회가 '신에너지 협약'을 발표하게 되면, 러시아 천연가스 대신 다른 나라의 LNG로 에너지 공급선을 확대시키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EU의 재생에너지 시장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