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은 ESG 외면이 빚어낸 참사"...ESG업계 자성의 목소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3-15 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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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CCC등급 강등에 "8년 늦었다"
수익성만큼 사회·환경 영향 고려해야


전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실패'로 빚어진 참사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전략기획 및 ESG 컨설팅업체 베라시티 월드와이드(Veracity Worldwide)의 창립자 스티븐 폭스(Steven Fox)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ESG 시대가 도래한 뒤 유럽 내에서 발발한 첫 전쟁"이라며 "기업들이 옆으로 물러앉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ESG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직원들과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이 높아졌고, 기업들이 모든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도덕적 행위자'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근 10여년간의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기업과 투자자들은 전쟁이 벌어져도 최대한 기존의 수익모델을 염두에 두고 철수 여부를 판단했다면, 이번 러-우 전쟁이 서방세계에 가장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수익성 위주에서 가치 위주로 ESG 투자업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암살된 사건 당시에도, 중국 신장의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진 인권탄압,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등을 두고도 각국의 ESG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인권과 관계없이 해당 국가의 집권세력이 건재하다면 국채 등의 변동성이 줄어 수익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진압되고,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2021년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14.9% 증가했다.

특히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했을 당시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에 대해 870억달러(약 108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덴마크연금펀드(PFA) 사샤 베슬릭(Sasja Beslik) 지속가능성 부서 대표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벌어지기 8년전 이미 위험신호가 감지됐지만, 대부분의 펀드매니저와 ESG 분석가들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며 업계차원에서의 각성을 촉구했다.

베슬릭 대표는 지난 8일 MSCI가 러시아 정부의 ESG 평가등급을 'B' 등급에서 'CCC' 등급으로 강등한 것에 대해 "8년 늦었다"며 "국가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자산운용사들이 자체적인 분석없이 MSCI나 서스테인애널리틱스(Sustainalytics) 등 제3자인 ESG 데이터 분석업체들에 용역을 맡기면서 지나치게 의존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MSCI의 ESG 평가등급은 'AAA' 등급부터 'CCC' 등급까지 총 7단계다.

이같은 성토가 이어지면서 투자운용사 거버가와사키(Gerber Kawasaki Wealth and Investment Management)의 로스 거버(Ross Gerber)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중국에 대한 투자를 비판하는 사람도 그 순간 중국에서 제조한 아이폰으로 타이핑을 하고 있고, 중국에서 만든 옷을 입고 있다"고 할 정도로 불문율로 여겨졌던 기존 투자자들의 중국에 대한 묵인이 깨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8일 1조3000억달러(약 1615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중국 대표 스포츠브랜드 리닝이 중국 신장에서 중대한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있어 이를 '수용불가능한 리스크'로 판단하고 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

ESG행동투자기관 셰어액션(ShareAction)은 "투자자들은 진공속에서 자금운용을 하는 게 아니다. 결정을 내리든, 내리지 않든 투자자들의 행동은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재무적 리스크 관리를 넘어 수익성만큼 사회와 환경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야 진짜 책임투자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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