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빼고 다 오르는데 오리온만 그대로…9년째 가격동결의 비결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8 08:30:02
  • -
  • +
  • 인쇄
데이터경영, 효율성 중심, 고객가치 증대 '초점'
반품률과 포장재 줄여 제품력 강화에 재투자


원자재 인상으로 올초부터 식품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식품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오르면서 소위 '월급빼고는 다 오른다'는 말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오리온은 9년째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있어,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인상은 과자부터 도넛, 소주 가격까지 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소비시장이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와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 이에 롯데제과, CJ제일제당, SPC,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등 거의 모든 식음료업체들이 올들어 일제히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그런데 오리온만 이 대열에 가세하지 않고 있다. 지난 8년간 제품가격을 동결해왔던 오리온은 올해도 다른 업체들과 달리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다. 9년째 가격동결이다. 원자재 가격인상에 대한 압박은 오리온도 피할 수 없을텐데 가격동결이 가능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오리온은 △데이터경영 △수익성·효율성 중심 경영체제 확립 △고객가치 증대 선순환 구조 등을 비결로 꼽았다.

오리온은 2016년부터 실제 소비자판매 데이터인 POS(판매시점 정보관리) 정보를 토대로 생산과 판매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여기에 제품 진열과 판매경향을 분석해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18일 오리온 관계자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실시간 생산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반품률이 0.5%대에 불과하다보니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판매가 저조한 제품은 생산물량을 줄인다. 소비자 반응이 좋지않은 신제품은 발빠르게 단종을 결정한다. 또 재고가 쌓이지 않도록 재고물량은 판촉행사 등을 통해 빠르게 해소될 수 있도록 하고, 영업소별로 재고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철저하게 판매를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관리하다보니 반품이나 폐기되는 제품이 적다. 이는 고스란히 수익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부터 비용 효율화 작업을 진행한 것도 원가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원부자재 글로벌 통합 구매관리, 제품 경쟁력 강화, 과다한 광고·판촉 위주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제품개발 중심의 마케팅 등으로 개편하면서 원가절감이 가능했다는 게 오리온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비용 효율화 작업에 따른 수익을 제품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고 남는 이윤을 제품 증량 등 소비자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수년 전 대학생들이 스낵 제품으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에서 시작됐다. 당시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착한포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4년부터 제품 포장재의 크기와 인쇄 도수를 줄여 환경에 기여하고, 포장재에서 절감된 비용을 가격 동결 및 제품 증량에 사용한 것이다.

회사측은 포장재에 들어가는 잉크와 포장재 볼륨을 줄였더니 1년에 70억원가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비용절감을 회사 이윤으로 가져가지 않고, 초코파이와 포카칩 등 파이와 스낵을 증량하는데 사용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는 목적은 맛있는 과자를 저렴하게 즐기기 위한 것이지 포장재를 보고 사는 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결과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늘고 환경에도 기여하는 효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 2014년부터 포장재 줄이기, 부서통합, 원부재료 통합구매, 비핵심사업 정리 등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 남은 여력은 온전히 제품력 강화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 모두 핵심가치인 소비자 가치 증대를 위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