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에서 비롯한 화학물질이 비만을 유발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비만 팬데믹'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국 환경보건연구소(NIEHS)에 따르면 제롤드 하인델 박사를 비롯한 40여명의 연구팀이 화학물질에서 비롯한 독소 '오비소겐'(obesogen)이 비만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오비소겐은 유전자의 작동방식을 바꿔 지방세포를 늘리고 비만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다.
오비소겐은 인체의 체온 조절기능을 교란해 체중을 쉽게 늘리거나 줄이기 어렵게 만든다. 오비소겐은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 그리고 포만감을 느끼는 신호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장내 미생물의 칼로리 흡수율을 높여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비스페놀A(BPA), 과불화화합물(PFAS), DDT, 트리부틸틴, 다이옥신 등 50여개 화학물질이 오비소겐 독소를 뿜으며 비만을 유발한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들 화학물질은 난연제, 식품포장, 조리도구, 카시트, 위생제품 등 생활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에 포진돼있다.
실제로 2020년 12개의 연구에서 BPA 수준과 성인비만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발견됐고, 2018년 진행된 2년간의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PFAS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 특히 여성들은 다이어트 후 요요현상이 가장 크게 나타난 바 있다. 연구팀은 오비소겐에 의한 '비만 팬데믹'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확답을 내릴 수 없지만, 대략 전체 비만자의 15~2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비만은 1975년 이후 전세계에 걸쳐 3배 증가했다. 현재 연구된 모든 국가에서 비만 또는 과체중이 저체중보다 늘어났다. 약 20억 명의 성인이 과체중 상태며 4천만 명의 5세 미만 어린이가 비만 또는 과체중이다. 특히 오비소겐은 세대에 걸쳐 전해질 수 있는데, 소아비만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인델 박사는 "우리는 세대를 초월한 후성 유전적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4~5개의 화학물질을 몸 속에 지니고 있다"며 비만의 유전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바라 코르키 미국 보스턴의과대학 교수이자 전 비만학회 회장은 "현대의 비만은 대부분 정상적인 감지장치가 망가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는 개인의 의지가 아니다. 폭식과 게으름은 이러한 생화학적 동요의 발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체중과 비만인 사람들은 체중을 감량하려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며 덕분에 다이어트 산업은 매우 성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효과가 없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항상 환자들을 비난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비만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학계, 규제기관, 정책입안자들 사이의 지식격차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인델 박사는 "비만연구자와 임상의가 주의를 기울일 때"라며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회의를 조직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35만 개의 합성화학물질이 존재하고 그 중 상당수가 환경에 만연해 있어 오비소겐 노출을 줄이는 일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물질들은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이 있다. 특히 전문가들에 따르면 임산부와 아기의 오염물질 노출을 줄여 비만예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인델 박사는 식습관을 바꾸면 대략 일주일 내로 오비소겐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19일 국제학술지 엘스비어(사이언스 다이렉트) '생화학 약리학'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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