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팬데믹' 현상...환경오염물질로 비만까지 유행해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5-21 08:00:02
  • -
  • +
  • 인쇄
환경호르몬 오비소겐, 신체대사 교란하고 소아비만 증가시켜

플라스틱에서 비롯한 화학물질이 비만을 유발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비만 팬데믹'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국 환경보건연구소(NIEHS)에 따르면 제롤드 하인델 박사를 비롯한 40여명의 연구팀이 화학물질에서 비롯한 독소 '오비소겐'(obesogen)이 비만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오비소겐은 유전자의 작동방식을 바꿔 지방세포를 늘리고 비만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다.

오비소겐은 인체의 체온 조절기능을 교란해 체중을 쉽게 늘리거나 줄이기 어렵게 만든다. 오비소겐은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 그리고 포만감을 느끼는 신호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장내 미생물의 칼로리 흡수율을 높여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비스페놀A(BPA), 과불화화합물(PFAS), DDT, 트리부틸틴, 다이옥신 등 50여개 화학물질이 오비소겐 독소를 뿜으며 비만을 유발한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들 화학물질은 난연제, 식품포장, 조리도구, 카시트, 위생제품 등 생활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에 포진돼있다.  

실제로 2020년 12개의 연구에서 BPA 수준과 성인비만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발견됐고, 2018년 진행된 2년간의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PFAS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 특히 여성들은 다이어트 후 요요현상이 가장 크게 나타난 바 있다. 연구팀은 오비소겐에 의한 '비만 팬데믹'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확답을 내릴 수 없지만, 대략 전체 비만자의 15~2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비만은 1975년 이후 전세계에 걸쳐 3배 증가했다. 현재 연구된 모든 국가에서 비만 또는 과체중이 저체중보다 늘어났다. 약 20억 명의 성인이 과체중 상태며 4천만 명의 5세 미만 어린이가 비만 또는 과체중이다. 특히 오비소겐은 세대에 걸쳐 전해질 수 있는데, 소아비만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인델 박사는 "우리는 세대를 초월한 후성 유전적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4~5개의 화학물질을 몸 속에 지니고 있다"며 비만의 유전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바라 코르키 미국 보스턴의과대학 교수이자 전 비만학회 회장은 "현대의 비만은 대부분 정상적인 감지장치가 망가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는 개인의 의지가 아니다. 폭식과 게으름은 이러한 생화학적 동요의 발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체중과 비만인 사람들은 체중을 감량하려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며 덕분에 다이어트 산업은 매우 성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효과가 없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항상 환자들을 비난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비만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학계, 규제기관, 정책입안자들 사이의 지식격차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인델 박사는 "비만연구자와 임상의가 주의를 기울일 때"라며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회의를 조직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35만 개의 합성화학물질이 존재하고 그 중 상당수가 환경에 만연해 있어 오비소겐 노출을 줄이는 일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물질들은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이 있다. 특히 전문가들에 따르면 임산부와 아기의 오염물질 노출을 줄여 비만예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인델 박사는 식습관을 바꾸면 대략 일주일 내로 오비소겐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19일 국제학술지 엘스비어(사이언스 다이렉트) '생화학 약리학'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개인정보 유출' 쿠팡 수천억 과징금 맞나...SKT 사례보니

쿠팡이 337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생겼다.2023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법 위

기후/환경

+

英, 모잠비크 가스전 11.5억달러 지원 철회...기후위기 위험 때문?

영국이 11억5000만달러, 우리돈 약 1조687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모잠비크 천연가스 프로젝트 지원금을 철회했다. 1일(현지시간) 피터 카일 영국 기업부

남극 오존층 구멍이 작아지고 있다...6년來 최저 크기

남극 오존층 구멍이 최근 6년 내에 가장 작게 형성됐다.1일(현지시간) 유럽의 지구관측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 남극 오존

[날씨] 칼바람에 한반도 '꽁꽁'...3일 체감온도 -12℃로 '뚝'

2일 한반도로 유입된 북서풍의 영향으로 기온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최강한파가 찾아오겠다.이날 아침 중국 북부에서 확장된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탄소제도 공유하는 국제연합 출범..."각국 운영경험 교류협력 기구"

전세계 규제기반 탄소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연합체가 공식 출범했다.1일(현지시간) 미국 E&E뉴스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메탄 뿜뿜하는데...캐나다 '가스플레어링' 규제 '뒷짐'

캐나다 앨버타주가 석유·가스 시설의 가스플레어링 단속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1일(현지시간) 월드에너지뉴스(Wor

무엇이 PPA 활성화 가로막나...韓기업 실무자들의 답변은?

국내 RE100선언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Power Purchase Agreement)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망 이용요금 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