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섬모(Cilia)를 만드는 유전자와 그 작동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짐에 따라, 선천성 유전병인 섬모질환(Ciliopathy)을 완화하거나 치료할 가능성이 열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박태주 교수팀은 다양한 섬모의 형성과 기능에 필요한 새로운 유전자와 그 기전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새로운 유전자는 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관 형태의 단백질 집합체인 간극연접(Gap junction)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하나인 'GJA1(Gap junction protein alpha 1)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원발성 섬모(Primary cilium)와 운동성 섬모(Motile cilia)가 형성되고 제대로 기능하는 데에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섬모는 대부분 세포에 존재하며, 배아 발생부터 신체의 항상성 유지 등 생명 활동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발성 섬모는 세포 외부신호를 감지하는 안테나 역할을 하고, 운동성 섬모는 주변 유체의 흐름을 조절한다. 기관지에서 가래를 뱉어내도록 유체 흐름을 조절하는 등의 반응이 운동성 섬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간극연접 단백질은 섬모와 섬모 기저부에 존재하며, GJA1 단백질이 비정상일 경우 원발성 섬모와 운동성 섬모 모두 형태와 기능이 이상해졌다. 또 GJA1 단백질 유전자를 억제한 아프리카 발톱개구리에서도 섬모의 형태나 기능 이상으로 인한 섬모질환이 나타났다. 표피의 운동성 섬모가 망가지거나 원발성 섬모의 문제로 심장의 좌우 비대칭 형태가 반전되어 나타나는 내장역위증(Heterotaxia) 등 심각한 질병이다.
제1저자인 장동길 유니스트 생명과학과 박사는 "간극연접은 인접한 세포의 물질 이동에 필요한 통로로만 알려졌는데, 섬모 특이적 단백질체(Proteomics) 분석에서 간극연접 구성 단백질 일부가 발견돼 연구하게 됐다"며 "그 결과 간극연접 단백질이 원발성 섬모를 포함한 모든 섬모의 형성과 기능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GJA1 단백질이 원발성 섬모의 형성 과정에서 필수적이라고 알려진 Rab11 단백질의 이동을 조절하면서 섬모 형성에 관여하는 경로도 찾았다. 섬모의 미세소관이 자라나기 전 섬모 기저부로 Rab11 단백질이 모인 후,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섬모 기저부의 뚜껑 역할을 하는 CP110 단백질이 제거돼야 섬모의 미세소관이 자라나게 된다는 것.
박태주 교수는 "섬모와 관련 없을 것으로 생각되던 간극연접 단백질이 다양한 섬모의 형성과 기능에 필요한 유전자라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라며 "섬모질환 관련 새로운 기전도 찾아내고, 간극연접의 이상으로 인한 유전질환의 일부 증상이 섬모 이상에서 초래한 것을 알아냈다"고 연구의미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IBS(기초과학연구원) 지원을 받은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 8월 25일자 온라인에 선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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