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이대로 안된다"...'기후정의' 외치는 사람들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2-09-20 14: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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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개 풀뿌리 단체들 뭉쳐 '924 기후정의행진' 준비
"기후위기는 부정의와 불평등 초래...동시 해결해야"


현재 지구촌의 기후위기 상황은 체감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살인적인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 등의 기후재앙으로 피해를 입지 않는 나라가 없을 지경이다. 우리나라도 올초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데 이어, 초강력 태풍 '힌남노'로 포항 등 경상남도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빈도와 강도가 점점 세질 것으로 기상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시민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 기후정의행동을 주축으로 한 시민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후정의행진'을 개최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만에 열리는 올해 기후행진에는 수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 

'기후정의행진'을 준비하는 한재각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3년간 기후위기는 더 심각해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019년 기후행진이 우리 사회에 기후정의 담론의 물꼬를 연 것처럼 올해 기후행진 행사는 우리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과 정부의 정책과 시민 여론의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 기후위기는 '지구의 비상상황'

기후위기비상행동이 2019년 9월 '기후행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등한시했다. 당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3가지를 촉구했다. 첫째 기후위기 진실을 인정하고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언하라. 둘째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시하라. 셋째 독립적인 범국가 기후대응 기구를 만들라.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요구는 일정부분 수용됐다. 국회는 지난 2020년 9월 기후위기 비상상황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정부도 탄소중립을 천명하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했다. 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탄소중립위원회'도 설치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입장이다. 정부의 대책이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기업과 자본이 직면한 위기를 해소하고 되레 이윤 추구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녹색'으로 포장하며 친환경 흉내를 내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행위는 "정부가 구성한 저탄소중립위원회에 농민과 노동자 등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기업과 친기업 전문가들로만 채운 것은 큰 오류"라고 지적했다.

김차랑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2019년 거리행진은 정치권과 기업들의 인식을 바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행진에 참여한 수천명의 사람들도 기후위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수많은 풀뿌리 기후환경 단체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개최되는 기후정의행진은 바로 이런 풀뿌리 기후환경 단체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축적된 시민들의 자발적인 힘이 모여 진행되는 대규모 집회인 것이다.

◇ 왜 '기후정의'를 외치는가

▲한재각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올해 행사의 핵심 키워드는 '기후정의'다. 기후위기 해결은 기후부정의와 기후불평등 해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사의 명칭도 '924 기후정의행동'으로 정했다.

한재각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정의'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에 대해 "기후위기는 본질적으로 부정의와 불평등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는 대부분 부유한 국가와 부유한 계층들이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피해는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사람들이 고스란히 겪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되는 지역은 태평양의 섬나라들과 해변의 저지대이고, 기후재난으로 재기불능 상태에 처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비근한 사례가 바로 파키스탄이다. 한 위원장은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도 말했지만, 전세계 온실가스 중 1%도 배출하지 않은 파키스탄은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인구의 7분의 1인 3300만명이 이재민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전지구적 부정의와 불평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부정의는 올 8월초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반지하 주택에 사는 시민이 사망한 안타까운 일에서도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기후위기 해결은 바로 불평등 해결

'924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부정의와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선언문 발표를 통해 촉구할 계획이다.

성장중심주의가 온갖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했고, 종국에는 기후위기까지 초래했으니, 불평등 문제가 해결될 때 기후위기도 함께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해결과정에서 기업이나 전문가들이 아닌,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천명할 예정이다.

김차랑 집행위원은 "2019년 기후위기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으로 기후정의를 요구했다면, 2022년 우리의 요구는 모든 불평등의 종식, 기후위기를 넘어 모든 생명이 존엄하고 평등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정의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환경보호라는 막연한 캠페인을 넘어 시민들의 실천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 참여단체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는 텀블러 사용이나 쓰레기 분리수거같은 개인적 실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모든 나라의 정부들과 기업들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재각 공동집행위원장은 "새롭고 거대한 대중운동이 필요한 때"라며 "기후위기와 기후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청년, 사회적 소수자 등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이 단결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기후위기를 방관하는 정부의 무지와 정책 실패는 국정농단이 비견될 수 있는 치명적인 실정에 해당된다"며 "기후위기 대응 주체를 제대로 구성하고 논의하지 않으면 정권과 정당들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위협감을 느끼도록 시민들이 뭉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924 기후정의행동'은 기후환경단체를 비롯해 여성, 노동, 청년, 청소년, 종교 단체들, 문화예술인, 창작자들, 학습동아리, 협동조합, 여러 소수정당들, 마을공동체 등 수백개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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