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담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미국 일부지역에서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아메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명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이 아메바는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라는 희귀한 원생 생물이다. 이 아메바는 코를 통해 몸에 침투한 다음, 뇌로 이동해 조직을 파괴하면서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을 일으킨다.
21일(현지시간)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은 2012년~2021년 사이 31건만 보고됐을 정도로 드물지만 1962년~2020년 보고된 감염자 151명 중 4명만 생존했을 정도로 치사율이 매우 높다.
이 아메바는 30도~46도 사이의 따뜻한 담수에서 서식한다. 따라 물의 기온이 높을수록 번식이 활발해진다. 미국에서는 이 아메바의 서식범위가 대개 남부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북쪽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2021년 한 연구에 따르면 감염률은 변하지 않았지만 아메바가 남부에서 중서부 지역까지 이동해 미네소타주 북부에서도 발견됐다.
올 8월 네브래스카주에서 한 아이가 사망하면서 이 아메바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직전 7월에는 아이오와주의 한 호수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근기상관측소에 따르면 사망자가 아메바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7월 4일 즈음에는 이틀 연속 35도 안팎의 고온을 기록했다.
찰스 거바(Charles Gerba) 미국 애리조나대학 미생물학자는 "대부분의 피해는 18세 미만의 남성에게서 발생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린 남자아이들은 병원체가 서식할 위험이 있는 호수나 강 등에서 놀 가능성이 높아 그만큼 병원체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윤 셴(Yun Shen) 미국 캘리포니아리버사이드대학 환경공학자는 "따뜻한 온도는 파울러자유아메바와 같은 병원체를 번식시키고 사람들이 야외 호수 등에 들어가도록 유도해 더욱 위험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로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따뜻한 날씨와 함께 병원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기온뿐만 아니라 홍수, 가뭄 등 기후변화로 악화되는 기상이변 또한 병원균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셴 박사에 따르면 가뭄지역에서는 병원체가 수역에 집중돼 인간이 수역과 접촉할 때 병원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홍수가 난 경우 물이 인간에게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환경 내 병원체를 신속히 검출할 수단이 없어 병원체의 정확한 분포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더욱 이상한 점은 매년 따뜻한 민물에 입수하는 수억 명의 사람 중 아메바에 감염되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규제기준을 지정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거바 박사는 자연담수에서 수영을 할 때 지킬 몇 가지 주의사항을 권고했다. 따뜻한 민물에서는 물이 코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를 물 속에 넣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어린이의 경우 수영용 노즈클립을 착용하는 것도 좋다. 진흙과 토양도 감염돼 있을 수 있어 전문가들은 물 속 바닥이나 퇴적물을 파지 않을 것을 권했다.
거바 박사는 "물의 표면온도가 오르면서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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