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발전은 '자기점화' 성공해야..."갈길 멀다"
미국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발전 점화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13일(현지시간)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 있는 핵융합 연구시설 '국립점화시설'(NIF) 연구팀이 지난 5일 핵융합 '점화'(ignition)를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핵융합은 두 원자핵이 충돌해 하나의 무거운 원자가 되는 과정이다. 충돌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방식과 같다고 해서 '인공태양'으로도 불린다.
태양은 고온의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거대한 플라즈마 덩어리다. 이를 커다란 중력이 잡아둔 채 끊임없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우주로 쏟아낸다. 핵분열과 달리 핵융합으로 얻은 에너지는 폐기물 처리가 곤란하지 않고 원료가 풍부해 자원고갈과 환경파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어 '꿈의 에너지'로 통한다.
하지만 핵융합은 지구에서 구현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높은 열과 압력을 필요로 한다. 핵융합이 일어나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특정공간 안에 잡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핵융합발전은 경제성이 없어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태양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려면 투입되는 에너지가 생산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배보다 배꼽'인 상황이 되는 까닭이다.
핵융합발전이 경제성을 갖추려면 '자기점화'가 가능해야 한다. 핵융합 연료의 온도가 1억°C에 이르면 외부가열없이 스스로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게 된다. 바로 이 시점부터 생성되는 에너지양이 주입되는 에너지양을 넘어서면서 실제 발전전력으로 상용화할 수 있게 된다.
점화는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으로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하면 에너지를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핵융합 반응이 지속해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핵융합 연구에 중대한 단계로 평가된다.
NIF는 축구장 3개 크기로, 192개의 레이저 광선을 한곳에 집중시켜 짧고 강력한 전자기 펄스를 발생시킨다. 이때 10억분의 1초만에 1.9메가줄(MJ) 규모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지난해 8월 NIF는 핵융합발전 실험에서 에너지 주입량의 70%에 달하는 1.35MJ 규모의 에너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한 바 있다. 이어 NIF는 지난 5일 실험에서 2.05MJ의 에너지를 투입해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줄'(J)은 에너지 및 일의 국제표준 단위로, 1J은 1N(뉴턴·힘의 단위로 1N은 질량 1kg인 물체에 작용했을 때 가속도 1m/sec2로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물체를 힘의 방향으로 1m만큼 움직이는동안 하는 일 또는 그렇게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말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 실험으로 '관성 가둠 핵융합'(Inertia Confinement Fusion)의 과학적 근거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관성 가둠 핵융합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들어있는 후추 알갱이만한 핵연료 금속캡슐에 강력한 레이저를 쏴 내부를 초고압·초고온 상태로 만들어 핵융합을 일으키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이번 실험의 성과가 앞으로 안정적인 핵융합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NIF가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사용한 레이저 장비는 상업용 발전소에서 이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비싸고 비효율적이다. 또 핵융합 발전을 하려면 처음에 에너지를 공급한 뒤로는 자체적으로 핵융합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자기 점화'를 해야 하는데 현재 NIF 시설은 한 번에 한 건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만 가능하다. 컴벌리 부딜 LLNL 연구소장도 "과학뿐 아니라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큰 장애물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핵융합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인 '케이스타(KSTAR)가 섭씨 1억°C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30초간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섭씨 1억°C에 처음 도달한 이후 지난 2020년 20초 연속 운전에 성공했고, 2021년 실험에서 연속운전 시간을 10초 더 연장하는데 성공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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