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해결 없이 생태위기 극복 불가
유엔 관계자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첨단기술 의존이 인종차별을 영속시킨다는 경고를 남겼다.
27일(현지시간) 텐다이 아퀴메(Tendayi Achiume) 유엔 인종차별조사관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및 생태위기에 대응하는 첨단 자본주의 해결책에 대한 세계의 의존이 인종차별을 고착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퀴메 조사관은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토지 재야생화를 포함한 친환경솔루션이 소외된 인종·민족 집단과 원주민을 희생시키면서 구현되고 있다"며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의미 있는 생태위기 해결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나서 인종정의나 인종차별에 주의를 기울일 수는 없다"며 "환경, 기후 등 생태위기와 관련해 취하는 모든 행동이 인종적 정의를 내포하고 있으며 따라서 모든 행동은 인종적 종속을 해소하는 현장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법학교수인 아퀴메 조사관은 2017년 여성 최초 및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최초로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및 편견을 조사하는 유엔 특별조사관으로 임명됐다.
그의 공개발언은 종종 논란이 되었다. 그는 보고관으로서 영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브렉시트와 관련된 편견의 증가를 경고하고 '적대적 환경' 이민정책의 폐지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모로코, 네덜란드, 카타르 정부에도 "출신국에 기반한 사실상의 카스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종차별과 기후생태위기 간 관계를 다룬 보고서를 10월 유엔 총회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천연자원 추출 및 신흥 디지털기술, 글로벌 개발프레임워크가 인종적 불평등을 부채질한다는 점, 그리고 노예제도와 식민주의에 대해 배상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는 재임 초기부터 인종 불평등의 핵심 요인으로 제기됐던 문제라고 아퀴메 조사관은 덧붙였다.
그는 보고서에서 "지구 생태위기는 동시에 인종정의의 위기"라며 "생태위기는 인종, 민족, 국가적으로 소외된 집단들에게 불균형적인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에 따르면 국가를 막론하고 오염, 생물다양성손실,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 대부분이 이러한 소외집단이다.
따라서 기후정의는 반인종차별적 해결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퀴메 조사관은 인종 불평등을 야기한 구조가 이제 환경위기를 해결하는 데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인종적 불평등과 불공정을 배가시킨다"고 꼬집었다.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지속가능한 화석연료 대안은 이미 기술에 필요한 광물 추출과정에서 소외집단들을 환경피해에 노출시키고 있다. 아퀴메 조사관은 이를 '녹색희생구역'이라고 묘사했다.
가령 전기차로의 전환은 "전기차의 환경영향 및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재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고려하지 않고" 차량을 일대일로 대체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는 "원주민 공동체와 인종적으로 소외된 공동체가 청정에너지 혁신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녹색전환은 인종정의를 중심에 두지 않는 한 이를 희생하고 불의를 재생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는 글로벌 자본주의체제가 환경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단순한 접근방식으로 야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퀴메 조사관에 따르면 이는 환경파괴와 인종불의로 부를 축적한 기업들이 이제 그 피해를 되돌리고자 다시금 자본주의에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퀴메 조사관의 보고서가 10월 유엔총회에 제출된 후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 COP27기후변화정상회담에 참석한 대표단은 저개발국들이 기후재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손실 및 피해(loss and damage) 기금에 합의했다.
이에 아퀴메 조사관은 "배상을 요구하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손실 및 피해 기금의 설립방식이 실제로 요구되는 바를 훼손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원주민집단과 인종·민족적 소외집단이 이미 기후파괴와 환경피해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세계 북반구 지도자들이 어떤 해결책을 세우든 이를 수동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위치에 그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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