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세금 원인…부유세·횡재세 도입해야"
지난 2년간 상위 1%의 '슈퍼리치'가 차지한 금액이 나머지 99%에게 돌아간 금액의 2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개막에 맞춰 이같은 내용을 담은 '슈퍼리치의 생존'(Survival of the Richest)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등 글로벌 위기 상황이 계속되면서 극단적 부와 극단적 빈곤이 25년만에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전세계에서 창출된 새로운 부(富)의 규모는 42조달러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중 26조달러(63%)가 상위 1%의 주머니 속에 들어갔다. 나머지 99%의 몫은 16조달러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하위 90%가 새롭게 창출된 부에서 1달러를 벌기 위해 힘쓰는 시간에 상위 1% 억만장자의 재산은 약 170만달러씩 늘었다. 지난 10년간 세계 억만장자의 수와 이들이 지닌 재산은 배로 증가했다.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지난해 식품·에너지 산업의 수익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급증했다. 95개 에너지·식품 회사의 이익은 지난해 2배 이상 늘었고, 이들 기업은 3060억달러에 이르는 추가 이익의 84%(2570억 달러)를 부자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월마트의 절반을 소유한 월턴 가문(Walton Family)은 지난해 85억달러를 벌어들였고, 인도의 에너지기업 소유주 가우탐 아다니의 재산은 작년에만 420억달러 증가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절반 이상이 이런 기업들의 과도한 이익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이처럼 급증하는 동안 최소 17억명의 세계 노동자들은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국가에 살고 있으며, 세계 인구 10명 중 1명꼴인 8억2천만명 이상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은행(WB)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불평등과 빈곤이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빈국들은 의료서비스보다 부채 상환에 4배나 많은 돈을 쓰고 있고 전세계 정부의 4분의 3이 긴축정책으로 보건·교육 등 공공부문 지출에서 향후 5년간 7조8000억달러를 감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옥스팜은 이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 불평등한 세금 구조에 있다고 짚었다.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세금이 과거에는 훨씬 높았으나 지난 40년간 세계 각국이 부자 소득세 감세를 추진했고, 대신 상품·서비스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을 늘리면서 불평등이 크게 악화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인 일론 머스크의 경우 2014~2018년 적용된 '실질 세율'이 3%에 불과했던 반면, 한 달 소득이 80달러인 우간다의 밀가루 상인 에버 크리스틴이 부담한 세율은 40%에 달했다.
게다가 세금 1달러당 부유세 비중은 4센트에 불과하고, 억만장자의 절반은 직계후손에 대한 상속세가 없는 나라에 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전체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5조달러의 재산이 세금 없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고 있다.
부자들의 소득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본소득에 대한 평균 세율이 18%로 대부분 국가에서 근로소득 세율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옥스팜은 이처럼 지난 수십 년간 기업과 억만장자 세금 감면이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많은 국가에서 억만장자보다 빈곤층의 세율이 더 높다며 기업과 억만장자가 공공자금과 폭리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세금 인상을 요구했다.
또 백만장자에게 2%, 5천만 달러 이상 자산가에게 3%, 억만장자에게 5%의 부유세를 부과하면 연 1조7000억달러의 추가세수가 발생, 20억명을 빈곤에서 구할 수 있고 기아 종식을 위한 글로벌 계획 재원 조성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옥스팜은 불평등 해소를 위해 △팬데믹 위기로 얻은 막대한 이익에 대한 일회성 부유세·횡재세 도입 △상위 1% 부유층의 자본소득에 60% 소득세 적용 △상위 1% 부유세를 통한 슈퍼리치 수와 재산 축소 등을 각국 정부에 요구했다.
가브리엘라 부커(Gabriela Bucher)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지난 40년간의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 물결은 모든 배가 아니라 초호화요트만 들어 올렸다"며 "슈퍼리치와 대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가 현재의 이중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며, 지금은 부유층 세금감면이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신화를 깨뜨릴 때"라고 밝혔다.
부커 총재는 이어 "최상위 부유층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평등을 줄이고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전략적 전제조건"이라며 "혁신을 위해, 더 강력한 공공서비스를 위해,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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