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달리 10대에 성인만큼 성숙
진화적으로 인간의 먼 친척뻘인 침팬지도 10대 때는 사춘기 청소년처럼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보이지만 인내심은 오히려 인간보다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시간대 알렉산드라 로사티 교수팀이 콩고공화국 보호구역에서 태어난 야생 침팬지 40마리를 대상으로 충동성과 위험 감수 경향, 인내심 등을 측정한 실험 결과를 지난 23일 미국 심리학회(APA) 학술지 '실험심리학 저널 : 일반'(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 General) 최신호에 발표했다.
로사티 교수는 "청소년들은 사춘기에 몸과 뇌가 빠르게 변하고, 어른보다 충동적이고 위험을 추구하는 반면 감정 조절 능력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침팬지도 성장하면서 인간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수명이 50살 정도인 침팬지는 8~15살이 사춘기로 알려져 있으며, 이 기간에 인간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호르몬 변화, 새로운 사회적 유대 형성, 공격성 증가, 사회적 지위를 위한 경쟁 등을 경험한다.
오스틴 텍사스대 에런 샌델 교수는 "10대 침팬지 연구는 성체나 유아기 연구보다 간과돼 왔다"며 "과학자들이 인간의 경우 10대 때 경험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침팬지의 사춘기 연구를 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10대 침팬지와 성인 침팬지들을 대상으로 음식 보상을 이용해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번째 실험은 위험 감수 경향을 알아보는 것으로, 상자 하나에 땅콩을 넣고 다른 상자에는 오이 또는 바나나를 무작위로 넣어 하나를 고르게 했다. 침팬지는 땅콩보다 바나나를 좋아하고 오이는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 결과 사춘기 침팬지들은 성인 침팬지보다 바나나와 오이 중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상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침팬지의 위험 감수 경향이 성인 침팬지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다.
두번째 실험은 인내심을 알아보는 것으로, 침팬지들에게 당장 바나나 한 조각을 먹을 수 있는 것과 1분을 기다리면 바나나 3조각을 먹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성인 침팬지와 사춘기 침팬지 모두 바나나 3조각을 받기 위해 비슷한 비율로 1분간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춘기 침팬지들은 기다리는 동안 불안·분노 행동을 많이 보였다.
연구팀은 인간의 경우 비슷한 실험에서 10대 청소년들이 큰 보상을 위해 기다리기보다 당장 작은 보상을 선택하는 경향을 자주 보인다며 이 실험 결과는 10대 침팬지의 인내심이 10대 청소년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로사티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침팬지의 인내심이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가 많았다"며 "이 연구 결과는 만족을 지연시키는 침팬지의 능력이 인간과 달리 10대에 이미 성숙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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