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 전기차 1억4500만대…'폐배터리 쓰나미' 온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2-17 08: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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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1200만톤 전자폐기물 발생
환경에 치명적…재활용·재사용 대책 필요

전기자동차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향후 10년 내로 폐배터리를 비롯한 막대한 양의 전자폐기물 문제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제조업체 및 정부들이 전기자동차 수를 본격적으로 늘리면서 부유국 중심으로 전기자동차가 급증해 2030년까지 도로 위 전기차 수가 1억4500만 대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됐다.

문제는 전기차가 배기가스 감축에 큰 역할을 하나 여기에 쓰이는 배터리가 환경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2020년 그린피스는 2030년까지 1200만 톤 이상의 리튬이온배터리가 폐기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배터리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기후환경 및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수명이 다하면 막대한 양의 전자폐기물을 남길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수명을 다한 배터리의 후처리를 계획하고 채굴의존도를 줄여 자원의 순환을 유지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에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넬(Enel)은 닛산 리프 자동차에서 폐기된 배터리 90개를 스페인 에너지저장시설에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 에너지기업 파워볼트(Powervault)는 르노와 협업해 가정용 에너지저장시스템에 폐배터리를 이용하고 있다.

제시카 리히터(Jessika Richter) 스웨덴 룬드대학 환경정책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는 수명이 끝난 후에도 상당용량이 남아 있다"며 "이는 더 이상 차량을 구동할 수 없지만 태양광·풍력발전소에서 생성된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고정식 에너지​​저장장치에 쓰면 유독한 납축전지를 대체한다는 이점도 있다.

리차드 퓰러(Richard Fuller) 비영리단체 퓨어어스(Pure Earth) 단체장은 납축전지의 약 60%가 자동차, 나머지 20%가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태양에너지 저장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더운 환경에서의 납축전지 수명은 약 2년밖에 되지 않아 그만큼 자주 재활용해야 하는데, 아프리카는 안전한 재활용시설이 거의 없어 배터리가 분해될 때까지 방치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변 사람 및 환경이 납에 노출된다. 납은 어린이의 두뇌발달을 손상시키고 안전기준도 없는 유해한 중금속이다.

퓰러 단체장은 이러한 납축전지 대신 리튬이온배터리를 쓰면 유독성이 적고 오래 지속되는 에너지저장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테슬라는 8월 미국 네바다주의 기가팩토리 '레드우드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에서 폐배터리 처리용 재활용기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폐배터리에서 구리, 코발트 등 귀금속을 추출한 다음 정제된 금속을 배터리 공급망으로 다시 보내는 과정을 운용하는 것이다. 테슬라 측은 지난 7월 7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활용이 주류가 되면서 큰 기술적 과제도 뒤따라왔다. 그 중 하나는 배터리 설계가 복잡해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칼튼 커민스(Carlton Cummins) 영국 배터리제조스타트업 악셀론(Aceleron) 공동설립자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재활용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암리트 찬단(Amrit Chandan) 악셀론 공동설립자는 그 설계 결함이 부품의 연결방식에 있다고 짚었다. 대부분의 부품이 한꺼번에 용접돼있어 전기연결에는 좋지만 재활용은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악셀론에서는 잠금장치로 부품을 결합하는 방식을 써 필요할 때 이를 풀고 분해 및 개별요소 제거, 교체가 용이한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분해과정이 쉬우면 안전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취급을 잘못하면 화재 및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술과 더불어 법률정책도 재활용 주류화에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U와 중국은 이미 배터리 제조업체가 수거 및 재활용 시스템 설치비용을 지불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페닝턴 책임자는 여기서 거둔 자금을 정식 재활용업체에 보조금으로 지급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12월 EU는 리튬이온배터리 규제를 대대적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배터리 수거 목표율 70%, 코발트·구리·납·니켈 회수율 95%, 리튬 회수율 70%, 2030년까지 신규배터리의 재활용자재 공급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이는 재활용업체가 시장을 확보하고 가격의 변동성을 완충하기 위한 것이다.

데이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U와 공공민간 협력기관 글로벌배터리얼라이언스(GBA)는 배터리의 전체 수명주기 정보를 나타내는 일명 디지털 '배터리여권'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르스텐 프룬드(Torsten Freund) GBA 배터리여권이니셔티브 담당자는 "QR코드나 무선 주파수 식별 감지장치를 이용해 배터리 상태 및 남은 용량을 확인하는 기술을 설계 중"이라며 차량제조업체가 이를 확인해 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시설로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원자재 데이터를 나타내 재활용업자들이 배터리 구성물질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고 새 배터리의 재활용 소재 비중표기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자부했다.

마야 벤 드로르(Maya Ben Dror)는 세계경제포럼 도시모빌리티 책임자는 "자동차산업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지금이 배터리 문제를 해결할 때"라며 이 부문에 쏟아지는 투자가 "새로운 유형의 자동차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새로운 생태계를 보장할 기회"를 준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한편 제임스 페닝턴(James Pennington) 세계경제포럼 순환경제프로그램 책임자는 재활용이 첫 번째 해결책이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한한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려면 물건을 보다 오래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배터리 수명이 완전히 끝났을 때가 재활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리히터 연구원은 걷기나 자전거, 대중교통 이용도 간과하지 말라고 짚었다. 그는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이 전기차를 넘어선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가리키며 "지속 불가능한 시스템 내에 지속가능한 제품을 배치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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