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신규 개발사업 200건·투자액 185조원
세계 최초로 시중은행을 상대로 한 기후소송이 제기됐다.
23일(현지시간) 옥스팜·지구의 벗·우리 모두의 일 등 환경단체 3곳은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를 고발했다. 화석연료 산업에 융자를 제공하는 것이 프랑스의 '기업 인권실천 책임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BNP파리바는 유럽 시중은행 가운데 화석연료 산업에 대출한 금액 규모가 가장 크다. 전세계로 따지면 5번째다. 활발한 해외 화석연료 개발사업 투자로 BNP파리바의 탄소발자국은 프랑스 전체의 탄소발자국을 넘어섰다.
2022년 미국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N)가 발간한 '기후혼돈 은행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1년 6년간 BNP파리바가 극해 및 해양 가스개발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각각 60억달러(약 7조8230억원)와 360억달러(약 46조9386억원)에 달했다.
2017년 프랑스에서 제정된 '기업 인권실천 책임법'은 프랑스 내 다국적 기업으로 하여금 국내·외 자회사, 공급망, 하도급업체에서 발생하는 인권, 건강 및 안전, 환경 위험요인을 밝히고, 그에 따른 조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누군가 특정 기업에 인권실천 위반사항에 대해 정식 통지하는 경우 기업은 3개월 내 위험요인을 제한하거나 방지하는 조처를 취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누구든지 해당 기업에 인권실천 책임을 강제하도록 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환경단체 3곳은 BNP파리바가 '기업 인권실천 책임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정식 통고한 바 있다.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프랑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BNP파리바는 총 북미·유럽의 가장 큰 석유 및 가스회사 8곳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고, 이들 회사는 전세계 200개가 넘는 신규 화석연료 개발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환경단체 3곳은 RAN의 '기후혼돈 은행거래'를 인용해 전세계 은행 가운데 BNP파리바는 석유 및 가스사업 투자규모 8위라며 2016~2021년 전체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1420억달러(약 185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는 유엔 주도하에 설립된 '탄소중립은행연합'(NZBA)에 가입했다. 지난 1월 BNP파리바는 2030년까지 에너지 부문 투자 비중의 8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7%만을 대체한 상태다.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석유 및 가스업계 고객사들이 신규 화석연료 개발사업을 즉시 철회하도록 하는 방안은 없다고 비판했다. 옥스팜 프랑스지부의 알렉상드르 포이다츠 애드보커시 담당관은 "BNP파리바는 계속해서 가장 큰 화석연료 기업들에 석유나 가스가 없는 생태 전환에 대한 조건을 붙이지 않고 새로운 백지수표를 써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BNP파리바 대변인은 "환경단체들의 소송 결정은 유감"이라며 "모든 화석연료 금융지원을 한번에 중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BNP파리바는 생태적 전환만이 미래 경제의 유일한 생존 경로임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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