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가구부터 대체육까지…'커피박' 어디까지 변신할까?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30 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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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면서 활용성 커져
비료부터 탄소나노입자까지 활용 가능해

식후커피를 즐기는 직장인 A씨는 점심을 먹은 뒤 챙겨온 텀블러를 들고 커피 전문점을 찾았다. 그런데 A씨는 문득 점원이 '커피 찌꺼기'를 처리하는 모습에 의문이 들었다. 하루에도 수십덩이씩 나오는 '커피박'은 도대체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국민은 2020년 기준 연간 367잔의 커피를 마셨다. 매일 1잔씩 마시는 셈이다. 프랑스 국민 1인당 연간 551잔을 마시는 것보다 한참 뒤떨어지긴 하지만 명실공히 세계 2위 '커피 소비국'이다. 커피를 파는 매장은 전세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인구 100만명당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수는 1834개이고, 일본은 529개, 영국은 386개다.

문제는 커피를 엄청나게 많이 마시다보니 그만큼 커피찌꺼기도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커피를 추출하고 배출되는 찌꺼기를 '커피박(粕)'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아메리카노 1잔을 만드는데 배출되는 커피박은 14.97g이다. 원두 15g에서 원액 0.03g을 제외한 99.8%가 찌꺼기로 버려지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커피박은 1년에 2019년 기준 14만9083톤(t)에 달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한 쓰레기봉투 가격만 41억원이 넘는다. 2019년 커피 수입액은 6억6167만달러였지만 지난해 수입액은 13억498만달러로 2배 늘었으니, 커피박도 당시보다 거의 2배 이상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커피박은 생활폐기물로 취급받았다.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겨 매립되거나 소각처리됐던 것이다. 커피박을 소각하면 1톤당 이산화탄소 338㎏이 발생한다. 매립하면 메탄이 발생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4배 이상 심각한 온실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커피박은 어떻게 처리하던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환경문제를 야기하던 커피박이 '경제규제 혁신방안'에 따라 재활용 가능해지면서, 친환경 가구, 대체육 원료로까지 활용 가능한 '순환자원'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 친환경 비료나 바이오연료로 사용

▲커피박 활용한 '친환경 꽃 화분'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커피박은 식물성 부산물이다. 따라서 지방과 단백질, 섬유질 등 유기영양분이 풍부하다. 주요 커피 생산국가에서는 커피박을 비료, 가축 사료, 퇴비 등으로 활용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커피박에 들어있는 목재 성분을 활용해 버섯을 재배하기도 한다.

또 기존 바이오연료인 목재나 볏짚 등에 비해 탄소함량이 높아 에너지원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커피박 1㎏당 발열량은 5648칼로리(Cal)로 나무껍질(2827.9Cal/㎏)의 2배에 가까우며 목재 펠릿(4300Cal/㎏)보다 높다. 게다가 중금속과 같은 유해성분이 나올 위험도 없어 안전하다.

우리나라도 커피박의 활용성에 주목하면서 관련 연구와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2015년부터 커피박을 비료공장에 무상 제공해 현재까지 '친환경 커피박 퇴비'를 누적 1000만 포대 생산했다.

게다가 커피박을 자원으로 활용하기 편하도록 제도도 개편됐다. 국내에서 커피박은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일반 수거차로 운반할 수 없고 자원으로 이용하려면 '폐기물 처리업'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커피박의 가치가 인정받으면서, 지난해 3월 15일 환경부가 '순환자원 인정제도'를 개선해 커피박도 '순환자원'으로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지난 14일 스타벅스는 업계 최초로 커피박의 '순환자원 인정'을 받아 이후 3년간 보다 원활하게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 연필·가구·대체육···커피박의 무한 변신

▲커피박을 재활용해 만든 '카페 지구별' 인테리어 (사진=한국환경공단)

커피박을 비료나 바이오연료 등으로 사용하는 것은 기존 화학비료나 화석연료를 대체해 탄소감축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결국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완전한 순환자원으로 재활용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커피박을 보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업사이클(Upcycle)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환경재단은 현대제철, 한국생산성본부와 협력해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들은 인천지역 카페 540여곳에서 커피박을 수거해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커피박은 섬유질이 풍부해 첨가물 등과 배합하면 다양한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커피박과 플라스틱 원료를 합쳐 '커피박 플라스틱 원료'로 재탄생시켜 여러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연필과 화분, 벽돌 등 여러 생활용품으로도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커피박 재활용 시범매장 '카페 지구별'을 개장했다. 이 카페는 탁자, 화분, 전등갓 등 인테리어 제작에 커피박 56.73㎏을 재활용했다. 대형테이블과 소형테이블에도 각각 커피 1333잔과 444잔에 해당하는 커피박이 들어갔다.

커피박에서 고부가가치 소재를 뽑아내기도 한다. 스타트업 '더로드'는 커피박에 함유된 탄소를 이용해 탄소에어로겔을 만든다. 탄소에어로겔은 유리와 성질이 비슷하지만 훨씬 가볍고 방음성, 단열성도 뛰어나 극한환경용 특수섬유, 친환경 도료, 고기능성 단열재 등에 사용된다. 에어로겔을 만들고 남는 커피박으로는 '형광 탄소나노입자'를 만든다. 탄소나노입자는 특정 빛에 노출되면 형광색을 띄는 물질로 약물전달 시스템, 촉매 등 의학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심지어 커피박을 이용해 대체육도 만든다.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어반랩스'는 커피박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식품 원료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커피박을 분말 형태의 가수분해 단백질로 가공해 대체육이나 단백질 음료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어반랩스는 올해 커피박 단백질 연구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에는 일반식품 상품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커피박 재자원화에 대한 지원도 확대될 전망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 따르면 커피박의 순환자원 인정 절차 일부를 생략할 수 있고 사업장 단위가 아닌 폐기물 단위로 지정돼 소량이라도 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해질 수 있게 된다. 즉, 영세 커피 전문점도 커피박을 순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커피박 재활용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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