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사료값보다 못한 수준"...선진국 기후전환기금 '쥐꼬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6-05 12:38:10
  • -
  • +
  • 인쇄
옥스팜 "2020년 선진국 기후기금 115억달러 수준"
약속된 금액의 10%...차관 제외한 원조금 제시해야
▲'기후금융의 그늘 2023' 보고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었던 선진국들이 이에 대한 책임으로 개발도상국에 지급하기로 했던 '기후기금'이 당초 약속한 금액의 10분의 1 수준만 모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5일(현지시간) 발간한 '기후금융의 그늘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을 돕기 위해 약속한 기후기금 1000억달러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복구 명목의 실질적인 원조금은 115억달러에 불과했다.

지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 선진국들은 중·저소득 국가들에 2020년부터 매년 1000억달러의 기후기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가장 낮은 중·저소득 국가들이 기후재난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고, 앞으로 이 국가들이 값싼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이 합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누가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내고, 기술공유이나 유·무상차관 등 원조 방식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2020년 실제 모금된 기후기금은 목표액에 한참 모자라는 830억달러에 그쳤다. 이 금액에서 무상원조가 아닌 차관 형태의 자금을 제외하고, 기존 공적개발원조(ODA)로 책정돼 있던 기금을 돌려 기후기금으로 끼워맞춘 금액까지 제외하면 210억~245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여기서 온실가스 저감책인 '기후완화' 부문, '교육·보건' 등 간접적인 명목까지 발라내면 당장 기후위기로 닥쳐오는 재난·재해를 막기 위한 인프라 정비 및 피해복구에 쓰일 수 있는 '기후적응' 명목의 예산은 95억~115억달러에 불과했다. 이처럼 목표액에 훨씬 못미치고, 기존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기후기금이 조성되면서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는 '기후식민주의'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2020년 조성된 기후기금 가운데 좌측은 유상차관(남색), 무상차관(하늘색), 무상원조(보라색), 비중을 나타낸 도표이고, 우측은 실질적 가치를 환산한 도표다. 실질적 가치를 높게 잡아도(노란색) 245억달러 수준으로 처음 약속된 금액의 5분의 1 수준이다. (자료=옥스팜)


옥스팜의 기후정책 책임자 나프코테 다비(Nafkote Dabi)는 "홍수, 폭풍, 산불,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해 빈도와 강도를 더해가는 중·저소득국가들의 끔찍한 피해를 완화하려면 115억달러로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미국에서는 고양이와 개 사료로만 매년 이 금액의 4배를 더 쓰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보고서는 선진국들에 대해 △2020~2025년 약속된 기후기금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계획 △단순 기금이 아닌 기금이 활용되는 사업을 기반으로 한 접근법 △사업의 목표와 투자액을 명시하고 차관을 제외한 원조금 규모 제시 △추후 기존 1000억달러 및 ODA 제외 신규 지원금 증액 등을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