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이 넘는 전세계 경제학자들이 극빈층에 대한 기후피해 비용을 지불하려면 극부유층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성장주의 학자로 잘 알려진 제이슨 힉켈(Jason Hickel) 스페인 바르셀로나자치대학(Universitad Autónoma de Barcelona) 환경과학기술연구소 교수 등을 포함한 경제학자들은 국제 탈탄소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다음주 개최 예정인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정상회담(Summit for New Global Financing Pact)을 앞두고 발표됐다. 성명서의 골자는 전세계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 제한하기 위해서는 극부유층에게 1.5%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명서에 동참한 경제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재산에 부유세를 부과하면 가난한 국가들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도록 도울 수 있다"며 "또한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의 구조와 재건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수조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들은 극부유층에 2%의 세금을 부과하면 연간 약 2조5000억달러의 재원확보가 가능하다고 봤다.
실제 도넛경제학 행동연구소(Doughnut Economics Action Lab, DEAL)에 따르면 선진국 부유층은 빈곤국에 연간 6조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옥스팜도 "극부유층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며 상위 1%의 부유층은 세계 최빈국 탄소배출량의 2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일제히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 도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럿거스대학교(Rutgers University)의 마크 폴(Mark Paul) 경제학과 교수는 "부유국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위기를 해결할 여력이 없다고 말하는 선진국 지도자들의 말은 변명이자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실은 공공자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가 부족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넬슨만델라대학교(Nelson Mandela University)의 알렉스 렌페르나(Alex Lenferna) 교수는 "개발도상국과 빈곤국들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진정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려면 훨씬 더 많은 공적 자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금융을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기후책임연구소(Climate Accountability Institute)의 리처드 히데(Richard Heede) 박사는 "화석연료 회사들은 그들이 초래한 피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부유한 화석연료 회사들은 기후 비상사태에 거의 기여하지 않은 국가와 사람들을 돕는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독일, 중국, 브라질등 약 50개국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인 이번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정상회담에는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상이변의 영향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존의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그간 개발도상국들은 "부유한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돕고 코로나 대응을 위해 수조 달러를 지원했지만 기후위기의 영향에 대해서는 도움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실제 지난해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각국은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를 지원하는 손실 및 피해에 대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의했지만 기금 마련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기후 경제학자들은 "가난한 국가들은 부유한 국가들의 배출량 감축 촉구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늘한 경제 발전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공동주최한 미아 모틀리(Mia Mottley) 바베이도스 총리는 "개발도상국에 제공할 수 있는 자금을 세 배로 늘리기 위해 세계은행과 다른 국제기구의 개혁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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