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분기 1조원대 추가적자 예상
예상했던대로 올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당초 분기별로 요금을 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수정된 까닭은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올여름 전기사용량 증가에 따른 '요금폭탄'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은 올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요금)를 현재와 같은 1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유지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1분기와 2분기 연속 오른 전기요금이 3분기에 동결된 것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료비조정단가는 매분기 시작 전월의 21일까지 정해지며, 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를 뺀 값에 변환계수를 곱해 산정한다. 즉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상황을 전기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1kWh당 ±5원 범위에서 적용되는데, 이미 최대치인 5원이 적용중인 상황이었다.
연료비조정단가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한전은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인 전력량요금을 포함한 다른 전기요금 항목을 조정하지 않아 3분기 전기요금은 전체적으로 동결됐다.
미세 조정 성격의 연료비조정단가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와 한전 전기공급약관의 운영지침에 따라 한전이 산업부에 인상요인을 제출하고 정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 뒤 공표한다. 반면 전력량요금 등은 한전의 전기공급 기본약관을 수정해야 하므로 한전 이사회, 산업부 전기위원회 심의·의결을 정식으로 거쳐야 하는데, 이번에는 별도로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분기 시작 전달의 21일까지 정해져야 하는 연료비조정요금과 달리 나머지 요금은 조정 가능 시기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통상 연료비조정요금에 맞춰 조정이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전력량요금 등의 인상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점은 '3분기 전기요금 동결'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연료비조정단가와 별개로 기준연료비가 급등하면 전기료가 오를 수 있지만, 정부는 국제에너지 가격이 내림세여서 올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않아도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연속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리면서 물가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의식한 듯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5번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해 1kWh당 40.4원으로 전기요금 인상률이 39.6%에 이른다. 올 2분기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한차례 미룬 끝에 지난달 1kWh당 8원 올렸다.
그러나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을 앞두고 또다시 요금인상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국민 불만을 가중시킨다고 판단해 3분기 요금을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도 "국민부담을 고려할 때 인상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45조원대에 달하는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려면 전기요금 추가인상에 대한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는 올해 전기요금 인상 폭을 1kWh당 51.6원으로 산정했고, 1분기와 2분기에 걸쳐 21.1원을 인상했기 때문에 앞으로 30원을 더 인상해야 한다. 이를 4분기에 몰빵으로 인상하면 이 역시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로선 3분기 동결이 마냥 속편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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