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 증가하면 항생제 내성도 증가한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08 15:05:45
  • -
  • +
  • 인쇄
초미세먼지 10% 늘면 항생제 내성 1.1% 늘어
항생제 내성에 조기사망자 84만명에 이를수도


미세먼지를 함유한 대기오염이 항생제 내성을 증가시켜 매년 84만명의 조기사망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 저장대학교 첸홍 교수연구팀은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할 때마다 항생제 내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기오염과 항생제 내성 사이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입증한 첫 연구결과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 효과에 저항해 생존 혹은 증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사람과 가축에게 오남용된 항생제는 체내에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ARB)를 발달시켜 항생제 효과를 떨어뜨리고, 질병이 더 쉽게 퍼지도록 한다. 지난 2019년 항생제 내성으로 숨진 사람이 130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항생제 내성은 심각한 보건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ARB가 항생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인체나 가축의 체내에 머무르지 않고, 물과 토양, 대기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전이될 수 있다는 학계 보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연구팀은 대기오염이 항생제 내성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 머리카락의 30분의 1 크기인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항생제 내성이 1.1% 증가한다. 지난 2018년 이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48만여명에 달했다. 이대로 2050년까지 대기오염에 대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전세계 항생제 내성은 17% 증가하고, 이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84만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오염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혈관질환, 뇌질환,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심각한 보건위협이다. 유럽경제지역(EEA)에 따르면 해마다 유럽에서 18세 이하 청소년 1200여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사망하고 있다.

대기오염과 항생제 내성은 기후위기로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 2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위기로 인구과밀, 위생 등 면역 관련 문제가 부각되면서 간단한 상처에도 사망할 수 있는 슈퍼박테리아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전세계 슈퍼박테리아 관련 사망자는 500만명에 달했다. 게다가 캐나다에서 2개월 넘게 산불이 이어지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 남미까지 연기가 퍼져, 1억명 이상이 대기오염에 노출되고 있다.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에 의한 사망자가 당뇨와 암보다 많은 1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2020년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4위였다. 가장 광범위한 항균력의 항생제 카바페넴에 내성을 가진 장내세균속균종 감염사례는 전년대비 31% 늘었다.

다만 논문의 주요저자 첸 교수는 "대기오염과 항생제 내성의 관련성이 밝혀진 만큼, 대기질 개선만으로 대기오염 조기사망자를 줄이는 동시에 항생제 내성을 줄일 수 있어 2중의 효과를 누리는 셈"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이번 연구결과는 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랜싯: 지구보건'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