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한반도 바다...고수온에 양식어류 줄줄이 '집단폐사'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9 14:45:00
  • -
  • +
  • 인쇄
▲고수온에 폐사한 물고기떼 (사진=연합뉴스)

이례적인 폭염으로 한반도 인근 바다가 펄펄 끓고 있다. 뜨거워진 바닷물에 양식장에 있는 우럭과 강도다리, 넙치, 조피볼락 등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 23.1℃였던 수온은 현재 28℃를 넘기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닷물 온도 3일 연속 28℃ 이상 지속되자, 지난 25일자 오후 2시부로 남해중부 연안과 경남 사천·강진만에 '고수온 경보'를 내렸다. 앞서 이달중순 제주에서도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적이 있고, 인천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안 바다들이 고수온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른 양식업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전남 여수의 한 양식장에서는 160만마리에 이르는 우럭이 집단폐사했다. 피해금액만 27억원에 달한다. 우럭은 수온이 낮은 곳에 사는 한대성 어종으로, 수온이 26℃ 이상이 되면 움직임이 느려지고 폐사하기 시작한다. 

해상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경남 통영과 거제에서도 1주일동안 379만마리가 넘는 양식어류가 떼죽음을 당했다. 지난해 고수원주의보가 발령되지 않았던 경북 동해안에서도 고수온으로 강도다리 등 양식어류 38만마리가 죽었고, 포항에서도 21만마리, 영덕에서도 13만마리, 울진에서도 4만5000마리가 죽어나갔다. 

최근 태풍 '카눈'이 지나가면서 수온에 생긴 온도 변화가 어류 폐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양식장은 주로 수심이 얕은 내만에 자리잡고 있다. 태풍이 오기전 어류들은 바닷물 표면이 뜨거워지자 표층(1∼2m, 26∼27℃)에서 온도가 낮은 중층(5∼6m, 21∼22℃)으로 내려가 고수온을 피했다. 그러나 태풍 후 표층과 중층이 섞이면서 수온 차이가 사라지고 고수온까지 겹치면서 폐사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고수온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된 해역 (자료=해양수산부)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수 해상에서 양식업을 하는 김상심씨는 "20년 양식을 했지만 이렇게 바닷물이 뜨거운 것은 처음"이라며, 원래 깊은 물에 있어야 할 우럭이 죽을 때가 되니까 물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김 씨의 가두리양식장에는 바다 위로 떠오른 우럭 사체들이 가득했다. 여수 앞바다는 28℃가 넘는 수온이 보름 이상 지속되는 상태다. 보름 전부터 물고기가 떠올랐고, 아직 떠오르지 않거나 건져내지 않은 우럭 사체가 가두리에 가득할 것으로 김 씨는 추정했다. 

통영시 욕지도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한상봉(56)씨도 "태풍 이후 고수온이 발생하면서 지난해와 비교하면 폐사량이 훨씬 늘었다"며 "올해는 미리 대비한다고 했는데 이 정도까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바닷물 1℃ 차이는 바깥기온 약 4℃와 맞먹는 것을 고려하면 양식어류들은 현재 견딜 수 없이 뜨거운 물에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당분간 고수온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된만큼 앞으로 양식어류의 집단폐사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기후/환경

+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