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 위한 '단일종 나무심기'...생물다양성 오히려 감소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0-04 14:41:03
  • -
  • +
  • 인쇄


탄소포집을 위한 나무심기가 되레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탄소포집용 단일종 식재 농장이 열대 생물다양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방지에 기여하는 정도 또한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간)영국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환경변화연구소 생태학자들은 이같은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며 "아마존과 콩고 분지와 같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생태계가 단지 탄소가치로 환원되고 있다"며 "해당 국가의 정부가 상업적 단일 재배보다 토종 숲의 보존과 복원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팀은 "열대지역에 비-토종 나무를 심으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자생 동식물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열대 지방에서 소나무, 유칼립투스, 티크나무 등 탄소상쇄 나무 농장의 상업적 인기가 높아지면서 토종 생태계 파괴, 토양 산성화, 토종 식물 폐사, 산불 증가와 같은 악영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나무심기의 환경적 혜택은 복원의 규모와 유형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막대한 면적이 필요하다.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을 합친 크기의 농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논문은 "열대 생태계가 제공하는 광범위한 생태계 기능에도 불구하고 자본사회는 이러한 생태계의 가치를 탄소라는 단 하나의 지표로만 축소했다"며 "흔히들 탄소저장량만 극대화하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동안 나무심기는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이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산림면적을 빠르게 늘리기 위한 수십 개의 공공 및 민간사업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숲 조성이 실제 환경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같은 규모의 자연림이 인공산림보다 40배 많은 탄소를 회수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옥스퍼드대학의 헤수스 아기레-구티에레즈(Jesús Aguirre-Gutiérrez) 생태학 교수는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열대 지방에서 많은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티크, 침엽수, 유칼립투스 등 단일종 농장의 유행을 직접 목격했다"며 "이러한 계획은 나무를 심는 회사에게는 이득이지만 생물다양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림지가 천연림보다 단기 경제성은 높지만 생물다양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예시로 브라질 세라도 사바나 지역에서는 인공산림 면적이 40% 증가하자 식물과 개미의 다양성이 약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른 생태학자들도 이번 논문을 옹호하고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기후변화를 가르치는 사이먼 루이스(Simon Lewis) 교수는 "나무를 탄소저장 덩어리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며 "물론 종이와 목재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조림지 자체는 필요하지만, 산업 조림지를 탄소상쇄로 둔갑시키는 것은 규제되지 않은 탄소상쇄 시장의 또다른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나무심기를 화석연료 배출을 급격히 줄이는 대안으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토마스 크라우더(Thomas Crowther)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 생태학 교수는 "생태계의 탄소가치를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며 "자연의 한 부분을 다른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길 때마다 우리는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그 부분의 개발을 장려하는데 이제는 탄소포집이 그 대상이다"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태학 전문학술지 환경 및 진화동향(Trends in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경기도, 업사이클 참여기업 모집...최대 1000만원 지원

경기도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 '2025년 경기도 업사이클 기업육성 지원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고 10일 밝혔다.공모는 △집중육성 과제(최대

올해 신규 사외이사 평균연령 60.3세...女비중 첫 30% 돌파

올해 국내 100대 상장기업에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이 교수 출신이고, 평균연령은 60.3세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재선임 비중은 54%로 높아지

아워홈 사고직원 결국 사망...중대재해법 처벌수위 촉각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워홈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직원이 9일 끝내 사망했다. 구미현 아워홈 대표이사는 이날 입장문에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

LG '올레드TV' 탄소·플라스틱 줄이고 자원효율 높였다

LG전자 올레드 TV가 해외 유력 인증기관들로부터 탄소 배출 저감, 지속가능한 자원 효율성 등 환경 관련 인증을 잇따라 획득했다.LG전자는 최근 프리미

국내 中企 ESG 경영수준 2년새 대폭 '개선'...비결은?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ESG 성적이 대기오염물질, 온실가스 등 환경분야를 중심으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중소&m

SK C&C, AI DX로 사고 줄이고 환경오염 막는다

SK C&C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안전·보건·환경(SHE) 서비스를 통해 제조현장 안전수준을 한층 강

기후/환경

+

기후파괴 앞장선 美...산업시설 탄소배출량 의무보고 폐지

"기후위기는 가짜"라며 반(反)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산업시설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의무를 폐지했다. 중국 다음으로

산불지역 '산사태' 위험성 2시간전 파악하는 예측기술 개발

산불지역이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여부를 2시간 30분 이전에 파악할 수 있는 예측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10일 한국지질자원연구

기후솔루션 "NDC 수립시 지방정부도 참여시켜야"

우리나라가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 참여가 사실상 배제돼 있어 기후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10일

'차기 정부가 해야 할 기후정책 30가지'...기후싱크탱크 제안서 발간

차기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생태국가 원리를 헌법에 반영하고, 기후시민의회 제도화를 통한 민주적 기후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것과 아울러 기후경

'대기의 강' 2023년 튀르키예 지진 피해 키웠다

엄청난 양의 비를 몰고 오는 '대기의 강' 현상이 재작년 발생한 튀르키예 지진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8일(현지시간) 톨가 괴륌(Tolga Görü

美주택보험료 8% 이상 오른다...잦은 재난과 관세 여파

미국 전역에서 극단적인 기후재난이 잇따라 발생하는 데다, 올초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폭탄으로 경제 불안이 가중되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