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이라도 줄이려"...기후재앙에 4000만명 여아 '조혼 위기'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0-11 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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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표지 (출처=세이브더칠드런)

기후위기가 취약국가 여성 아동·청소년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조혼 위기에 처한 여아의 수가 2050년까지 33% 증가해 약 40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국제 아동권익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발표한 '폭풍의 중심에 선 소녀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혼 위기에 놓은 여성 청소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약 2990만명이 기후위기가 심각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글라데시 및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기니, 시에라리온 등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에 거주하는 여성 아동·청소년들이 가장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는 빈번해지는 기상이변이 기존의 분쟁, 기아 및 빈곤, 성 불평등 등을 부추키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에라이온의 여성 청소년 권리운동가 크페메(Kpemeh)는 보고서를 통해 "자신은 12살에 결혼할 뻔했다"며 "자신의 부모는 생계형 농부였는데 기후위기로 매년 흉년이 들자 나를 시집보내서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거절했지만 그 남자는 우리 부모님에게 다가와 결혼의사를 밝히고 부모님은 동의했다"며 "구호단체 지원이 없었으면 꼼짝없이 어린 나이에 팔려가듯 결혼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기후가 계속 바뀌고 있다"며 "비가 내려야 할 때 비가 내리지 않고 비가 내리지 않아야 할 때 폭우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조혼-기후변화 복합 위기지역을 나타낸 지도 (출처=세이브더칠드런)

국제 인권단체들은 꾸준히 "조혼은 심각한 여성 인권침해"라고 주장해왔다. 어린 나이에 결혼한 소녀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학교에 계속 다닐 확률이 훨씬 낮고 이는 경제권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이 청소년들은 신체적, 성적 폭력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위험한 합병증을 겪을 위험이 더 크다.

잉거 애싱(Inger Ashing) 세이브더칠드런 대표는 "정부, 비정부기구, 유엔, 기업이 현재 기후위기를 여성 인권에 대한 비상사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위기 속에서 여아들은 성적 폭력과 육체적 학대에 직면했다"며 "수년간의 가뭄으로 인해 생계가 곤란해지자 한 입이라도 줄이기 위해 여아들을 성인이 되기 전에 결혼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국가들의 기후 계획 중 여아를 언급하고 여아의 필요와 참여를 명시적이고 의미있게 고려하는 계획은 2% 미만"이라며 "그들이 물려받을 지구에 대한 논의에서 그들의 요구와 해결책은 거의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애싱 대표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린이 특히 여아에 대한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며 "아동 권리를 무시하는 현재의 정책을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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