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세븐틴 전철이다!"
일본 나고야 중심지 '사카에마치' 역에 메이테츠선 전철이 들어오자 플랫폼이 돌연 소란스러워졌다. 전철을 기다리던 팬들이 세븐틴 멤버 13명의 얼굴로 랩핑된 전철의 사진과 영상을 찍으려 몰려든 것이다. 대기하던 일반 시민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이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전철 역사 내 계단 벽면도 세븐틴의 얼굴로 장식돼있다. 나고야 도심 곳곳이 세븐틴 이미지와 포토존, 상징색으로 물들어 뮤직비디오와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조용한 공업도시 나고야가 들썩이고 있다. 나고야는 도쿄, 오사카와 함께 일본의 3대 도시로 꼽히지만, 즐길거리는 비교적 풍성하지 않아 관광객이 많지 않다. 한국인들에겐 투수 선동렬이 한때 활약했던 주니치 드래곤스의 연고지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런 건조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그룹 '세븐틴'이다. 세븐틴은 올해 일본 5개 지역에서 '돔 투어'와 동시에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이하 더 시티)를 펼치고 있다. 더 시티는 공연이 열리는 도시 전역에서 각종 이벤트를 열어 팬들에게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파크'다.
올해 더 시티는 세븐틴의 돔 투어 동선을 따라 도쿄, 사이타마에 이어 나고야에 상륙했다. 11월 30일, 12월 2~3일 '반테린 돔 나고야'에서 열린 공연에 앞선 11월 17일부터 나고야의 주요 랜드마크와 대중교통 등이 세븐틴으로 물들었다.
볼거리가 집중된 곳은 시내 중심부 히사야 오도리 공원과 주변이다. 공원 입구부터 세븐틴의 얼굴이 그려진 깃발들이 줄줄이 가로등에 내걸려 팬들을 반긴다. 공원 한복판에 위치한 나고야의 상징물 '미라이타워'의 대형 전광판에는 세븐틴의 돔 투어와 '더 시티'를 알리는 문구가 나온다.
공연이 있는 날 밤에는 타워 전체가 세븐틴의 상징색 '로즈쿼츠 세레니티' 컬러로 물든다. 세븐틴의 최신곡인 '음악의 신' 뮤직비디오와 노래가 흘러나오면 곳곳에 흩어졌던 팬들은 일제히 전광판 앞으로 몰린다.
나고야의 관광명소로 유명한 쇼핑몰 '선샤인 사카에'의 대관람차는 세븐틴 멤버들 사진이 랩핑돼있다. 3층 승강장 옆에는 포토존이 마련돼있어 탑승을 대기중인 팬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층에서 운영 중인 '키친카'(음료판매 트럭)는 음료 주문시 세븐틴 포토스티커를 증정한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예약제로 운영하는데도 오전부터 대기줄이 건물 반바퀴를 돌 정도다.
나고야의 주요 상점가, F&B(식음) 매장들도 대거 참여했다. 일본 최대 음반판매점 체인 중 하나인 HMV는 매장 한 켠에서 세븐틴 사진전을 열고, 인근 백화점 지하에 마련된 세븐틴 카페에서는 세븐틴 멤버 13명의 이름을 딴 식사메뉴를 제공한다.
'나고야의 명물'로 꼽히는 돈카츠 체인 '야바톤'은 일본 내 8개 매장에서 세븐틴의 포토스티커가 포함된 특별 세트 메뉴를 판매한다. 매장에는 세븐틴의 포토 등신대가 설치됐고 매장 외부 대형 전광판에는 세븐틴의 뮤직비디오를 상영한다. 매장 관계자는 "본점에는 인파가 몰리고 오후시간대에는 세븐틴 세트가 대부분 품절돼 주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 시티 스팟을 방문하면 최대 13개의 '디지털 스탬프'를 받는데, 3개를 모으면 세븐틴 포토카드로 교환해준다. 그 결과 나고야를 포함한 아이치현 공연에만 13만5000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나고야 전역에 더 시티가 활기를 불어 넣었다.
더 시티는 회를 거듭할수록 전세계 팬덤의 반향을 일으키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일본 3개 도시에서 열린 세븐틴 더 시티에는 25개가 넘는 현지 기업, 단체가 참여했고 25만 명 이상의 팬들이 현장을 찾았다.
올해는 사이타마와 후쿠오카를 포함해 5개 도시로 확대, 규모를 키웠다. 협업 기업은 30개 이상, 프로그램이 열리는 장소만 70곳이 넘는다. 또 일본 항공사 스타플라이어와 협업해 세븐틴의 이미지가 그려진 특별기를 11월 12일부터 운항하고 있다.
하이브 재팬의 김정일 사업기획팀장은 "일본 내에서 세븐틴의 인기와 위상이 높아짐은 물론 작년 더 시티와 협업한 현지 기업들이 노출과 집객 효과를 확인하자 올해부터는 선제적으로 협업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더 시티는 아티스트의 공연 콘텐츠와 IP를 현지 도시의 인프라와 결합하고, 기업과는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도시 전체를 팬들을 위한 거대한 테마파크로 만드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아티스트의 공연을 따라 이동하는 팬들의 경험을 확장하려는 목적인데, 팬들 역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도시 전체를 뒤덮은 모습과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더 시티 프로젝트에 만족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븐틴의 더 시티 프로젝트는 도쿄와 사이타마, 아이치(나고야)에 이어 오사카(12월 7일, 9~10일)와 후쿠오카(12월 16,17일)공연과 함께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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