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현관에 저금통과 손편지 놓고 사라진 '기부천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12-22 18:15:08
  • -
  • +
  • 인쇄
▲중곡3동 현관앞에 두고간 저금통과 손편지 (사진=광진구)


익명의 한 기부천사가 한파로 추운 날씨에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 50분쯤 서울 광진구 중곡3동 주민센터 현관 앞에 저금통과 손편지가 발견됐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날 새벽에 주민센터 앞에 놓고 간 것으로 보였다. 

센터 관계자는 "청소하시던 분이 현관에서 종량제 비닐봉지를 발견했고, 내용물이 쓰레기가 아닌 것 같다며 센터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들었다"며 "그 안에 편지와 저금통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겉봉에 '사랑합니다'라고 인쇄된 봉투에는 2장 분량의 손편지와 함께 현금 10만원이, 헬멧 모양 저금통에는 총 25만6170원이 들어 있었다. 총 35만원 이상의 적지 않은 금액이다.

손편지에는 "열심히는 아니었겠지만 하루하루 살다 보니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열심히 지내시는 분들께 쓰이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인사가 적혀있었다. 글쓴이는 자신이 '중곡동에서 살았던 주민'이라며 "이 동네에서 길지는 않지만 따뜻하게 잘 지냈다"고 소개했다.

편지에서 그는 반지하방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비가 많았던 어느 날은 방으로 스민 빗물 속에 안타까움도 있었고, 추웠던 어떤 날에는 보일러가 망가져서 야속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강하게 따뜻하게 살 수 있어 그 모든 일들이 어떤 하루 같은 추억을 남기는 것 같아 꼭 싫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 동네에서 길지는 않았지만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음에, 그리고 비록 초라했을지라도 밝은 꿈을 꾸며 지낼 수 있던 중곡동에 고마움을 나눈다"며 끝을 맺었다.

구 관계자는 "기부자가 한 푼 두 푼 아끼며 모았을 후원금과 정성들여 쓴 편지를 전해 감동을 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2030년까지 78% 보급한다더니...올해 저메탄사료 보급률 2%

정부가 2030년까지 전국 가축의 78%에 '저메탄사료'를 보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보급률은 2% 남짓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정부가 계획만 세우고 실

“1.5℃ 목표 상실은 도덕적 실패”… 유엔 총장, COP30 앞두고 행동촉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개막을 앞두고 "지구온난화 1.5℃ 목표를 놓친 것은 인류의 도덕적

지구 1.42℃ 높아졌다...올해 두번째 혹은 세번째 뜨거운 해

올해는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로 뜨거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세계기상기구(WMO)는 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

[주말날씨] 20℃ 안팎 '포근'...비온 뒤 '쌀쌀'

이번 주말은 날씨가 온화한 가운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8일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낮부터 제주도에서 비가 시작되겠다. 비는 늦은 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