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관측이래 가장 뜨거웠던 한해로 기록됐다. 온난화로 탄소배출량이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수퍼엘니뇨까지 겹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이 쉬지않고 발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한해를 마무리하고 올해 성과를 보인 '환경이슈' 14가지를 꼽았다.
UNEP는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고, 자연은 급격한 쇠퇴를 거듭했으며, 오염으로 인해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면서도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적인 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UNEP는 "2023년 각국은 기후변화, 자연 및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과 폐기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며 "이는 화학오염을 종식시키고 화석연료로부터 세계를 전환하기 위한 협약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UNEP가 선정한 올해의 환경성과 가운데 10가지를 추려 정리해봤다.
[1] 회복되고 있는 '지구오존층'
지구오존층은 올해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UNEP는 앞으로 40년 이내에 오존층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존층은 태양에서 발생하는 자외선에서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에어로졸의 과다사용 등으로 오존층이 파괴되자, 국제사회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의 사용을 금지켰다. 그 덕분에 오존층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UNEP는 "많은 연구에서 북극 상공의 오존층이 2045년에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2066년쯤 완전히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1987년 오존층 파괴 화학물질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기 위해 채택된 몬트리올 의정서 덕분"이라며 "이 의정서는 2016년에 개정돼 온실가스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으며,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최대 0.5°C까지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2] 기후정의활동가 위한 결의안 채택
국제연합(UN) 총회에서 기후정의활동가들을 지원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올해의 성과로 꼽았다. 이 결의안은 국제사법재판소에 국가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법적의무가 있는지, 기후 무대책의 법적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은 법적구속력은 없지만 그 자체로 권위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UNEP는 "이 결의안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올해 발표된 UND P연구에 따르면 2017년 이후 기후소송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3] 담수원 보호 위해 손잡았다
올해 UNEP는 43개국과 함께 '담수 챌린지'를 시작했다. 담수 챌린지는 2030년까지 전세계 30만킬로미터(km)에 달하는 강과 3억5000만헥타르(ha)의 습지를 보호하고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UNEP는 "담수 공급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며 "지난 50년동안 전세계 습지의 3분의 1이 사라졌고, 강과 호수는 황폐화 되고 있다"고 담수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 제1회 국제 '쓰레기없는 날' 제정
올해는 '제1회 국제 쓰레기없는 날'을 제정한 해다. UNEP는 "인류는 이를 기점으로 폐기물을 더 잘 관리하고 순환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시에서는 매년 20억톤 이상의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45%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대 40억명의 사람들이 폐기물 처리시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는 지구를 쓰레기장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이제는 반격해 쓰레기와의 전쟁을 시작할 때"라고 언급했다.
[5] 플라스틱 오염 해결법 나왔다
UNEP는 "올해 세계 환경의 날은 플라스틱 오염 위기의 규모를 전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다양한 잠재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계기였다"며 "가령 개최국 코트디부아르는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새로운 환경규범을 발표하고, 키르기즈공화국은 일부 플라스틱 제품에서 탈피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날 소셜서비스(SNS)에서는 관련 게시물이 3억회 이상 조회되는 등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6]국제공해조약···해양생물다양성 '호흡기' 달아
올해 유엔해양법 협약이 개정되면서 해양 환경보호 구역을 바다의 3분의 2까지 확대하게 됐다.
UNEP는 "공해조약으로 불리는 이 조약은 1994년 발효된 유엔해양법 협약을 한단계 진보시킨 것"이라며 "바다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각국은 바다에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7] 국제 플라스틱 대응 진일보
올해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정부간 협상위원회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한 법적구속력이 있는 국제기구에 대한 초안을 발표했다. 이 초안은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주기를 다룬다.
UNEP는 "인류는 매년 약 4억3000만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 중 상당량이 곧바로 쓰레기가 돼 육지와 바다,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플라스틱 규제를 촉구했다.
[8] 세계 각국 독성물질 근절 위해 손잡았다
올해 세계 각국은 화학물질 오염으로부터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약에는 고독성 살충제를 단계적으로 사용금지하는 것과 불법 화학물질 밀매 단속 등 28개 목표가 포함돼 있다.
화학물질로 인한 사망자는 한해 약 200만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화학물질 규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는데 올해 국제협정이 맺어진 것이다. 이에 UNEP는 "이번 협정은 화학오염과 폐기물을 전 지구적 위기로 인식하는 첫걸음"이라고 자평했다.
[9] 제1회 아프리카 기후주간 개최
올해 케냐 나이로비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기후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는 아프리카 스스로 기후문제를 다루는 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UNEP는 "아프리카 대륙을 강타한 사상 최악의 가뭄과 홍수를 계기로 열린 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정상들은 아프리카가 기후위기 해결책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고 밝혔다.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케냐 대통령은 "우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이후에도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10] 기후회담 COP28의 성과
올해 COP28 최종 합의문에는 처음으로 '화석연료'에 대해 언급됐다.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문구가 삽입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기후회담에서 화석연료가 합의문에 들어갔다는 자체만으로 진일보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아울러 국제사회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도 성과로 꼽힌다.
이에 대해 UNEP는 "COP28에서 200여개국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생산을 빠르게 늘리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잉거 안데르센(Inger Andersen) UNEP 사무총장는 "물론 이번 협상이 완벽하지는 않다"면서도 "세계는 더이상 화석연료의 해악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UNEP는 "COP28에서는 개발도상국의 기후취약지역이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손실 및 피해 기금'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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