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점 찍은 '해수면 온도'...엘니뇨 탓일까? 화석연료 탓일까?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3-18 12:12:18
  • -
  • +
  • 인쇄


올들어 기록적인 이상기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상기온이 지구파괴의 가속화를 의미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아직 예측범위 안에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논란의 중심에는 '해수면 온도'가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2월 해수면 온도는 21.0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C3S는 "2월 8일부터 11일 사이에 전세계 기온은 1850~1900년 평균보다 2℃ 이상 높았다"며 "유럽은 2월 한달동안 3.3℃ 높은 온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해수면 온도는 엘니뇨가 기승을 부릴 때 덩달아 상승하는데, 올 2월에는 엘리뇨가 약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해수면 온도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엘니뇨는 올 1월에 정점을 찍었다"면서 "한동안 정점을 찍은 엘니뇨의 영향을 계속 받겠지만, 엘니뇨는 올 4월과 6월 사이에 완전히 사라질 확률이 80%에 달한다"고 밝혔다. 

셀레스트 사울로(Celeste Saulo) WMO 사무총장은 "물론 엘리뇨 영향을 부정할 수 없지만 화석연료 배출이 이상고온의 주범"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올초 해수면 온도는 기록상 가장 높았다"며 "이것은 엘니뇨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국장은 "이번 이상고온은 대기중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것으로, 이는 앞으로 일어날 일의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이를 안정화시키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새로운 온도 기록과 그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주요 국제기후단체 수장들이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과학자들도 "현재의 해수면 온도가 전례없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해수면 온도상승 원인을 놓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현재 추세는 기후모델 예측범위 안에 있다"고 크게 걱정할 바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바다는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의 90% 이상을 흡수할 뿐 아니라 해양 온난화는 산호백화 현상 등 생태계 파괴를 야가한다"며 "이번 이상고온은 바다가 자기 역할을 하기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기후연구단체 버클리 지구(Berkeley Earth) 소속 환경학자 지크 하우스파더(Zeke Hausfather)는 "해수면과 지표면 온도가 상당히 높지만 여전히 기후모델 예측범위 내에 있다"며 "우리는 아직 세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그러나 카를로스 노브레(Carlos Nobre) 상파울루대학(University of São Paulo) 교수는 "지난 12개월동안 해수면 온도가 얼마나 높아질지 정확하게 예측한 기후모델은 없었다"며 "바다의 온도가 계속 상승하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는 비정상적으로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애미대학(University of Miami) 기후학자 브라이언 맥놀디(Brian McNoldy) 역시 "1년 내내 기록적으로 따뜻했으며, 이런 추세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라울 코르데로(Raúl Cordero) 산티아고대학교(University of Santiago) 교수도 "WMO 에측대로 6월 이후 엘리뇨가 사라진다면 일시적으로 기온은 낮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고온 기록은 조만간 다시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석연료의 연소를 멈출 때까지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기후/환경

+

브라질 의회 '환경허가 완화법' 의결..."환경규제 사실상 붕괴"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는 브라질에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환경허가 완화법'이 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

경기도민 절반 '장마철 피해대처 방법' 모른다...소득별 정보격차 커

경기도민의 절반은 장마철 피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저소득층의 재해대응 인지도는 고소득층보다 25.

美 재생에너지 심사는 '깐깐하게' 석탄재 정화규제는 '느슨하게'

미국 정부가 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는 강화하면서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유독성 석탄재의 정화 시한은 늦추기로 하는 등 재

역대급 '극한호우'...왜 충청과 남부에 비구름대 몰리나?

지난 16일부터 충청권과 남부지역을 강타하고 인명피해까지 낸 폭우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심화된 '대기의 강'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18일 기상

中 흑연에 93.5% 관세 결정…美 전기차 가격인상 불가피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흑연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이번 조치가 미국에서

순식간에 허리까지 침수...한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졌다

충청권에 집중됐던 폭우가 전라권과 경산권으로 확산되면서 밤사이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순식간에 허리까지 물이 들이차거나 산사태 위험으로 긴급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