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기록적인 이상기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상기온이 지구파괴의 가속화를 의미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아직 예측범위 안에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논란의 중심에는 '해수면 온도'가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2월 해수면 온도는 21.0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C3S는 "2월 8일부터 11일 사이에 전세계 기온은 1850~1900년 평균보다 2℃ 이상 높았다"며 "유럽은 2월 한달동안 3.3℃ 높은 온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해수면 온도는 엘니뇨가 기승을 부릴 때 덩달아 상승하는데, 올 2월에는 엘리뇨가 약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해수면 온도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엘니뇨는 올 1월에 정점을 찍었다"면서 "한동안 정점을 찍은 엘니뇨의 영향을 계속 받겠지만, 엘니뇨는 올 4월과 6월 사이에 완전히 사라질 확률이 80%에 달한다"고 밝혔다.
셀레스트 사울로(Celeste Saulo) WMO 사무총장은 "물론 엘리뇨 영향을 부정할 수 없지만 화석연료 배출이 이상고온의 주범"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올초 해수면 온도는 기록상 가장 높았다"며 "이것은 엘니뇨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국장은 "이번 이상고온은 대기중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것으로, 이는 앞으로 일어날 일의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이를 안정화시키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새로운 온도 기록과 그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주요 국제기후단체 수장들이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과학자들도 "현재의 해수면 온도가 전례없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해수면 온도상승 원인을 놓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현재 추세는 기후모델 예측범위 안에 있다"고 크게 걱정할 바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바다는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의 90% 이상을 흡수할 뿐 아니라 해양 온난화는 산호백화 현상 등 생태계 파괴를 야가한다"며 "이번 이상고온은 바다가 자기 역할을 하기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기후연구단체 버클리 지구(Berkeley Earth) 소속 환경학자 지크 하우스파더(Zeke Hausfather)는 "해수면과 지표면 온도가 상당히 높지만 여전히 기후모델 예측범위 내에 있다"며 "우리는 아직 세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그러나 카를로스 노브레(Carlos Nobre) 상파울루대학(University of São Paulo) 교수는 "지난 12개월동안 해수면 온도가 얼마나 높아질지 정확하게 예측한 기후모델은 없었다"며 "바다의 온도가 계속 상승하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는 비정상적으로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애미대학(University of Miami) 기후학자 브라이언 맥놀디(Brian McNoldy) 역시 "1년 내내 기록적으로 따뜻했으며, 이런 추세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라울 코르데로(Raúl Cordero) 산티아고대학교(University of Santiago) 교수도 "WMO 에측대로 6월 이후 엘리뇨가 사라진다면 일시적으로 기온은 낮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고온 기록은 조만간 다시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석연료의 연소를 멈출 때까지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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