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말까지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열사병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화석연료 회사들이 석유와 가스를 계속 생산해 이를 태우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가 지구온도를 계속 높이고 있는 탓이다.
20일(현지시간) 국제비영리기후기관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쉘(Shell)과 BP,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이 2050년까지 생산한 화석연료의 배출량을 모두 합칠 경우 2100년까지 열사병 사망자가 1150만명에 달하게 된다. 그동안 일부 과학계와 기후활동가들은 "화석연료 회사들의 활동으로 열사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지만 이를 정량화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라 비어만 베커(Sarah Biermann Becker) 글로벌 위트니스 선임 조사관은 "0.1℃의 온난화도 치명적이다"며 "강대국들이 빠르게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사망자 수는 역사상 가장 잔인한 전쟁과 맞먹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화석연료 회사들이 바뀌기만 기다릴 수 없다"며 "각국 정부가 나서서 폭염의 영향을 완화하고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가 개발한 탄소사망 비용모델을 활용했다. 이 비용모델은 옥스팜 등 여러 기후단체가 활용하는 것으로, 이미 정확성이 입증됐다. 비용모델이 예측한 바에 따르면, 고배출 상황에서 이산화탄소(CO2) 100만톤이 배출될 때마다 전세계적으로 226명의 열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는 온난화를 빠르게 줄이기 위해 더이상 공동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후 연구진들은 석유회사들이 생산하는 화석연료의 예상 배출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2050년까지 총 510억톤의 CO2가 대기에 추가될 전망이다. 이를 합치면 금세기말까지 일사병 환자가 1150만명이 더 늘어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 전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도달한다고 해도 화석연료 회사와 연관된 열사병 초과 사망자가 약 5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들은 "몇 년동안 거의 모든 대륙에서 강렬하고 치명적인 폭염이 발생해 수 십만명의 초과 사망자가 나왔다"며 "유럽에서는 2022년에 불볕더위로 6만명 이상 사망했으며, 미국에서는 2010년~2022년 사이에 열관련 사망자가 95%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연구진들은 "폭염은 각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데, 특히 노숙자, 야외 노동자, 노인이 가장 위험에 처해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유럽-지중해 기후변화센터(Euro-Mediterranean Center on Climate Change) 소속 환경경제학자인 쇼로 다스굽타(Shouro Dasgupta)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이미 전세계 노동자, 특히 농업 및 건설과 같은 야외 또는 중장비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열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가 계속 더워짐에 따라 이러한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될 것이다"며 "현지의 필요에 맞는 노동 보호 정책으로 고용주가 노동자를 적절히 보호하는 것은 경제적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후전문가들은 "열사병은 식량부족, 홍수, 정치 및 경제적 혼란과 같은 다른 재난과 함께 화석연료에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한 결과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토탈에너지는 이번 연구에 관해 "증가하는 국제 수요를 충족하고 기존 생산량의 '자연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새로운 석유 프로젝트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면서도 "쉘과 BP와 함께 에너지 시스템의 공정한 전환을 지원하는 재생 가능 및 저탄소 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BP는 "이 연구는 2030년 이후의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2050년까지의 계획에 근거한 예측은 유효하지 않다"고 반박하며 "운영 과정에서 배출량을 줄이는 데 진전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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