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에 쏠리는 눈..."청년 진로선택 폭도 확대된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4-23 16: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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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청년단체 '생물다양성과 내일' 세미나
생물다양성 감시·건축·인증 등 직업수요 확산세
▲EAAFP 도혜선 전 담당관이 멸종위기종 저어새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newstree 


생물다양성이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관련분야로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23일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에서 환경부가 주관하는 '지구의 날' 맞이 행사 '기후변화주간' 일환으로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주최 '생물다양성과 내일' 세미나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생물다양성에 대한 제도가 만들어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금이 쏠리면서 활성화되는 직업군들에 대해 관련 종사자들이 직접 청년들에게 경험을 설명하는 '커리어토크'가 진행됐다.

지난 2022년 전세계 생태계의 30%를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채택됨에 따라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가 수립됐고, 투자자들은 생물다양성을 중요한 기업 리스크로 보고 압박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이 수립돼 이에 상응하는 세부 전략들이 추진중이다.

이에 따라 많은 직업적 수요가 생겨나면서 청년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국제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도혜선 전 담당관은 "생물다양성은 타이밍"이라며 "적시적소에 어떻게 보전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생물다양성을 감시하는 역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충청남도 새만금은 미국 알래스카, 호주, 러시아 등지의 철새 5000만마리의 쉼터 역할을 하는 곳으로,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생태부지다. 하지만 방조제를 짓기 위한 물막이 공사로 황폐해지면서 철새종에 따라 개체수가 30% 급감한 사태도 벌어졌다. 이에 EAAFP 도혜선 전 담당관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했고, '한국의 갯벌' 등재에 성공했다. 이후 멸종위기에 처했던 새만금 서식종 저어새 개체수는 현재 3000~4000마리로 4배가량 늘어 회복세다.

도 전 담당관의 최근 관심사는 중국과 서해를 오가며 충남 서산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점박이물범이다. 최근 충남도는 점박이물범 주요 서식지인 가로림만 국가해양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에 대해 도 전담당관은 "국내에서는 홍보관을 지음과 동시에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해외에서는 3~4년간 먼저 내부의 콘텐츠를 구상하고 건물을 짓기 시작한다"며 "방문객들이 다시 오고 싶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고려한 건축물을 구상하는 작업도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원 조경업체 연수당의 신준호 대표는 "실제로 영국의 그레이투그린, 미국의 크랙가든 등 건축과 조경에 있어 생물다양성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레이투그린은 영국 북부 도시 셰필드에서 진행한 1.6km 길이의 녹색 산책로 조성 사업이다. 녹지를 활용한 배수시스템으로 홍수피해를 줄이고, 야생곤충을 불러들여 인근 녹지를 더욱 활성화하면서 도심내 공기오염도 줄어드는 효과를 달성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수요가 활성화되는 추세다. 신 대표는 중랑천과 한강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서 도로준설 등의 영향으로 사라졌던 삼각주 저자도의 복원을 시작으로 카센터를 도심내 생태정원으로 복원한 '아모레 성수', 니트를 짜는 기계를 만들던 공장을 정원이 딸린 편집샵으로 탈바꿈시킨 '모노하 한남', 남산의 그늘진 환경과 바람 등 미기후를 고려해 설계한 도심속 원시림 '피크닉 어반 포레스트 가든'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신 대표는 "최근 뉴질랜드에서도 도시에 빗물이 자연스럽게 침투해 식물들로 오염물질을 여과하고, 홍수를 비롯한 재난을 예방하는 '빗물정원'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며 "국내에서 연수당이 진행한 80평 단위 작은 정원들도 기본 골격은 이같은 '빗물정원'과 같지만, 해외에서는 도시단위, 국가단위 프로젝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태권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총괄과 연구관은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 생물다양성 현황을 조사해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고, 기업들이 국제규제를 잘 따르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GBF 이전 2020년까지의 목표인 아이치타깃의 경우 각국이 평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GBF는 이행을 강조하고 있어 이같은 직업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립스틱에 들어가는 왁스만 해도 꿀벌 밀랍, 고온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 칸데릴라에서 채취한 왁스 등 이들이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인증제도들이 확대되고 있다. 노 연구관은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을 개발해야만 하는 상황인 경우 동등한 수준의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개발하도록 하는 제도라든지, 녹색채권 사업 등 실행력 있는 생물다양성 증진 방안들이 속속 확대되고 있다"며 "과학적 증거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분야의 인력들이 채용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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