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후정책 '낙제점'..."녹색채권 발행량 턱없이 부족"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9-30 10:33:08
  • -
  • +
  • 인쇄
▲한국은행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의 기후정책이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가운데 16위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런던 기반 비영리 연구단체 '포지티브 머니'(Positive Money)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녹색 중앙은행 점수표'에서 한국은행은 'D-' 등급을 받아, 평가대상 20개국 중앙은행 가운데 16위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평가에서 기록한 13위에서 2년만에 3계단 추락했다.

포지티브 머니는 한은이 최근 지속가능성장실을 신설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였지만, 여전히 글로벌 수준에 미흡하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기후변화 대응 TF'를 꾸려 기후변화 대응 방향에 대한 연구와 함께 외화자산에 대한 석탄 및 화석연료 투자 제한, ESG투자 확대 등의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녹색금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데 있어 녹색채권 발행량이 부족해 제약이 있는 등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 낮은 평가의 근거로 꼽혔다.

포지티브 머니는 연구 및 정책 제언, 통화 정책, 금융 정책 등의 측면에서 G20 소속 국가와 유럽중앙은행의 기후정책을 평가한다. 올해 순위에서는 유럽연합 소속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이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고 유럽중앙은행이 4위를 차지했다. 브라질과 중국 중앙은행도 각각 5, 6위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2024 녹색 중앙은행 점수표 (자료=포지티브 머니)


보고서는 달러가 갖는 위상과 미국 경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순위는 16위에서 17위로 하락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방준비제도는 유럽의 중앙은행과 달리 기후변화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응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포지티브 머니의 잭 리빙스톤은 "미국 중앙은행이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 글로벌 금융 환경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글로벌 금융 리더들에게 연준의 책임을 묻고, 연준이 기후 정책을 채택하고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기후변화로 농산물을 비롯한 생활물가가 치솟고, 폭염과 홍수 등 자연재해 증가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등 기후변화가 경제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지면서 기후변화 대응은 중앙은행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체 연구자료에서도 전세계적인 기후변화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도 10%에 가까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고, 단기적으로도 2023년 이후 이상기후 충격이 인플레이션에 1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개국 중 16위라는 성적은 한국은행의 현 주소"라며 "연구 영역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녹색 금융중개 지원대출, 한은 담보 및 대출의 기후영향평가, 녹색채권 매입프로그램 등 통화신용 정책수단을 적극 검토·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기후대응이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기후변화가 물가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표면화 된 증거"라며 "한국은행은 물론 정부도 기후변화 대응이 곧 경제와 민생 정책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비행기 탄소배출 막대한데...항공업계 탄소감축 '뭉그적'

항공산업은 전체 탄소배출량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대표적인 운송수단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항공업계의 미온

삼성 '갤럭시S25' 美 'ReMA 재활용 디자인 어워드' 수상한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갤럭시S25'가 북미 재활용산업협회 ReMA(Recycled Materials Association)가 수여하는 '2025 ReMA 재활용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다고 7일 밝혔

코오롱, 사회 밝히는 '선행의 주인공' 찾는다

코오롱그룹이 사회 곳곳에서 선행을 실천하며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주인공들을 찾는다.코오롱의 비영리 재단법인 오운문화재단은 오는 6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기후/환경

+

무서운 '산불 연기'...美 15년간 1만5000명 사망

기후위기로 산불이 빈번해지면서 미국에서 매년 수천명이 사망하고 수십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최근 발표된 니콜라스 나시카스 하버드대

지구온난화 책임은 '부유층'…상위 10%가 온난화 영향력 65% 차지

1990년 이후 세계 상위 10% 부유층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반이 훨씬 넘는 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국제응용

기후재난 피해는 젊은세대의 몫..."15억명이 폭염에 노출될 수도"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젊은세대들은 폭염과 홍수, 가뭄, 산불, 흉작 등의 기후재난을 겪을 위험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7일(현지시간) 벨

하와이, 美 최초로 관광객들에게 '기후세' 걷는다

관광세를 받고 있는 미국 하와이주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관광객들에게 '기후세'까지 거둘 예정이다.하와이주 의회는 환경보호와 기후위기로 인한

해빙이 녹으면 바닷물 색도 변한다...이유는?

지구온난화로 극지방 해빙(海氷)이 줄면서 바닷물 색까지 변화하고 있다. 이는 조류와 플랑크톤의 광합성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2일(

10만ha '잿더미' 만든 영남권 산불…온실가스 764만톤 배출

10만헥타르(ha)가 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어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3월 영남지역 산불로 인해 760만톤이 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