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 부과해 저탄소전환 재원 확보해야
억만장자가 90분간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일반인이 평생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8일(현지시간)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불평등' 보고서를 통해 억만장자들의 사치스러운 교통수단과 투자를 통한 금융배출량을 살펴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슈퍼리치' 50명이 평균 1시간30분동안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이 일반인이 평생 배출하는 탄소배출량보다 더 많았다.
이 '슈퍼리치' 50명은 연평균 184회 비행기를 타고, 425시간을 공중에서 보내면서 일반인이 300년간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을 뿜어내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용기 2대는 1년 중 25일을 비행하는데 이는 미국 아마존 직원들이 평균 207년간 배출하는 탄소배출량과 맞먹는다. 또 미국 월마트 상속인 월튼가의 요트 3대는 월마트 매장 직원 1714명이 1년간 배출한 탄소배출량을 뿜어냈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50명의 '슈퍼리치'처럼 생활한다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탄소배출량의 상한선인 '탄소예산'은 이틀 안에 고갈된다. 이처럼 이들이 일상에서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은 일반인을 압도하지만, 이들의 투자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훨씬 더 많다.
옥스팜에 따르면 이들이 투자하는 금액의 40%가 석유, 광업, 해운, 시멘트 등 오염산업이고, 억만장자의 투자 포트폴리오의 오염도는 S&P 500에 투자한 것보다 거의 2배 더 심하다. 이 투자금이 저탄소 펀드에 투자됐다면 이들의 탄소배출량은 13배가량 낮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억만장자 50명이 내뿜은 탄소배출량이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이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부유한 상위 1%의 배출량은 1990~2023년 연간 1450만명을 먹일 수 있는 농작물 손실을 가져왔고, 이 피해규모는 2023~2050년 연간 4600만명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2120년까지 더위로 인한 초과 사망의 78%가 저소득 및 중하위소득 국가에서 발생한다는 예측이다.
이에 옥스팜은 오는 11월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참석하는 당사국들을 향해 상위 1% 부자들에게 영구 소득세와 재산세를 부과하고, 개인 전용기와 요트 등 탄소집약적인 사치 소비를 금지하거나 징벌적 세금을 매겨 기업과 투자자들이 배출량을 과감하고 공정하게 줄이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옥스팜은 저탄소전환을 위한 재원이 마련될 수 있도록 부유한 오염원에게 비용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 슈퍼리치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한다면 연간 최소 1조7000억달러(약 2362조원)의 기후금융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오염산업 투자에 부유세를 부과하면 1000억달러(약 139조원)의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총재는 "슈퍼리치들은 우리 지구를 마치 자신의 놀이터처럼 여기고, 쾌락과 이익을 위해 지구를 불태우고 있다"면서 "이들의 무분별한 오염과 무절제한 탐욕이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협하는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치명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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