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페인트가 유성페인트를 수용성페인트라고 홍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지탄을 받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지난 2022년 환경부와 '휘발성유기화합물 저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9일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업계에 따르면 노루페인트의 '워터칼라플러스' 제품은 수용성 제품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은 유성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노루페인트가 판매대리점에 유성수지를 대량으로 공급한 것에 대해 "유성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조한 것"이라며, 유성으로 판단되는 '워터칼라플러스' 제품을 전량 회수할 것을 요청했다.
'워터칼라플러스'는 지난해 3월 노루페인트가 출시한 자동차 보수용 베이스코트(차량 보수시 마지막에 색상을 구현하기 위해 칠하는 페인트)다. 출시 당시 노루페인트는 워터칼라플러스를 수용성 페인트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지난해 8~9월 KIDI(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수용성 여부를 실험한 결과, 워터칼라플러스에 수용성 바인더와 전용희석제를 섞었을 때 색상 편차가 13.7로 매우 컸다. 반면 노루페인트가 제조하는 유성수지 및 유성희석제(제품명 HQ)와 섞었을 경우 색상 편차가 0.5였다.
색상 편차 수치가 클수록 해당 색상의 재현성이 떨어진다. 즉 해당 제품은 수용성보다 유성 제품에 가까운 셈이다.
또 해당 페인트의 색상 편차가 0.5일 때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함량은 766g/L을 기록했다. 이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하는 기준(200g/L)의 3.8배다. VOCs는 대기 중에서 악취, 스모그 등을 유발하는 화학물질로, 여기에 속한 벤젠 등은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관련업계에서는 노루페인트가 '워터칼라플러스'를 대리점에 공급하면서 유성 수지와 유성 희석제를 사용하라고 권장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자동차 보수용 시장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던 일부 업체의 유성 베이스코트 판매가 증명된 것"이라며 "이번 결과로 노루페인트는 그린워싱 논란에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노루페인트는 이처럼 뒤로는 불법·편법적인 일을 자행하면서, 앞에서는 ESG 경영평가에서 페인트 제조업계 중 유일하게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노루페인트가 아니라 노룰(NO RULE)페인트"라고 비판했다.
한편 환경부는 노루페인트와 함께 시장에서 편법으로 유성 조색제, 유성 수지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니온플러스와 씨알엠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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